다시, ‘윤석열 vs 문재인’

조문희 기자 2022. 12. 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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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청와대 인사 넘어 文 ‘직접 수사’ 가능성 솔솔
전방위 수사에 똘똘 뭉친 親文…‘尹vs文’ 갈등 고조될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각종 정치적 사안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연일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도를 넘지 말라"는 취지다. 7개월 전 퇴임 당시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에선 이미 '윤석열 대 문재인'의 구도가 재현됐다는 데 힘이 실린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한 차례 강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 사이 갈등이 2년 뒤 현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다시 충돌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출신 안보 라인 인사를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려두면서, 향후 두 사람 간 갈등의 수위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고 있다. ⓒ 시사저널

文의 이례적 '발끈'…"참을 만큼 참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두 번 냈다. 지난 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선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고 했고, 4일엔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같은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표현의 수위는 가감 없는 수준이다.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라고 꼬집는가 하면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았다"라고 했다. 퇴임 이후 "잊힌 삶을 살고 싶다"며 정치와 거리두기를 해 온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각종 정치적 사안에 침묵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바 있다. 이 같은 침묵 기조를 깨고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강경 대응 기조로 선회한 배경엔 "참아왔던 게 터진 것"이란 분석이 주효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참고 참아오다 하신 발언"이라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기획수사에 의한 정치 보복이 무작위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도를 넘고 있다고 봤고, 이에 직접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文정부 출신 인사 줄줄이 수사선상에…"최종 목표는 문재인"

문 전 대통령의 불만이 고조된 배경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있다. 검찰 수사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으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구속됐다 적부심에서 풀려난 데 이어, 서훈 전 실장도 구속됐다.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거론된다. 검찰은 연내 이들을 재판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도 뇌관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CJ그룹 계열사 취업 과정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이 일로 노 전 실장은 최근 출국 금지 당했다. 여권에선 해당 의혹을 '친문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 수위를 높인 상태다. 이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두 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정면 겨냥하는 사건들이다.

여권에선 "최종 책임자는 문재인"이라며 공공연하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윤석열 검찰의 최종 목표는 문재인"이란 자조가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정부 정치 보복의 칼끝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있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불만을 터트리게 된 배경이다.

2020년 6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쪽을 쳐다보는 모습 ⓒ 연합뉴스

대여 공세 전면에 선 文…親文도 '결집' 움직임

'윤석열 대 문재인' 구도가 재현되리라는 것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때부터 예견돼왔다. 윤 대통령으로선 '문재인 저격수' 이미지가 사실상 유일한 정치적 치적으로 꼽히는 데다, 윤 대통령도 직접 경선 과정에서 '적폐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해서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상 동력을 잡기 위해 전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선택을 하리라는 예측이었다.

'신(新)‧구(舊)' 갈등으로도 표현되는 두 사람 사이 신경전은 윤 대통령 취임 초반부터 전개됐다. 인사 문제부터 청와대 이전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면 문제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곤두박질치던 7월부터는 문재인 정부 인사를 향한 수사망이 좁혀들었다. 서해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가 7월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태다. 국정운영의 자신감을 얻은 정부여당이 야권 전반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고조시킬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에 대항해 친문(친문재인) 진영도 잇따라 몸 풀기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정치적 발언을 삼가오던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SNS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당초 친문 진영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수사에 대항한 당 지도부의 단일대오 요구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칼날이 친문 진영까지 확산하자 '정치 탄압'을 구호로 속속 대항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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