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머스크 달랜 애플···종전 아닌 이유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2. 12. 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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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위터 광고 재개로 갈등 봉합
앱 30% 수수료 논란 확산 차단
머스크 향후 행보에 따라 불씨 가능성
/일론 머스크 트위터 계정 갈무리
[서울경제]

일론 머스크가 애플을 상대로 선언한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 28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애플과의 전쟁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입니다. 머스크가 내세운 전쟁의 표면적인 이유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돈에 있었습니다. 트위터 광고 매출 전체의 4% 가량을 차지하는 애플이 트위터에 광고를 싣지 않기로 한 점이 머스크의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동시에 광고 매출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유료 구독 모델 매출 비중을 늘리려고 하는 트위터에 있어서 앱스토어에 내야 하는 30%의 수수료가 복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머스크가 소환한 ‘표현의 자유’ 명분

하지만 잠재적인 매출 손실을 이유로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에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콘텐츠 관리 정책을 내세워 앱들을 퇴출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애플과 해묵은 앙금이 있는 회사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였습니다. 저커버그는 뉴욕타임스(NYT)가 진행한 딜북 서밋을 통해 "애플이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앱들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4월 도입된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로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용자가 허용하지 않는 한 앱 이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하지 못하게 해 기존에 페이스북이 강점을 보였던 타깃형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었는데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등 많은 기업들이 머스크가 나서준 전쟁에 숟가락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들 입장에서는 머스크를 통해 다시 한 번 기존에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갖고 있던 불만을 공론화할 기회를 마련한 셈이었죠.

/사진 제공=트위터

광고 재개로 머스크 달랜 팀 쿡

팀 쿡 애플 CEO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지난 30일 머스크 CEO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로 초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애플 측이 트위터 퇴출은 오해였다고 설명했다"며 오해를 풀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9만여명의 트위터 이용자와 진행한 트위터 스페이스 대화를 통해 "애플이 거의 대부분의 광고를 재개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음날인 4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돌아온 광고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애플을 비롯해 큰 규모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광고주들이 돌아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일단 직접적인 계기는 애플의 광고 재개입니다. 트위터에 광고를 다시 싣기 시작하면서 애플과 트위터 간의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입니다. 올해 1분기 애플은 트위터 매출의 4% 이상을 차지하는 4800만 달러(약 638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했습니다. 가장 큰 광고주인 셈입니다. 이처럼 애플이 ‘당근’을 제시한 이유는 두 기업이 전쟁 양상으로 흘러갈 경우 서로에게 잃을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잃을 게 많나

일단 트위터 입장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해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해왔던 에픽게임즈라는 선례가 있습니다. 법적 싸움에 돌입한다고 해도 승산이 높지 않고 시간과 비용 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머스크는 이외에도 진행해야 할 소송들이 많습니다. 특히 법적으로 진행을 한다고 해도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하는 한 이 기간 이용자들에 대한 접근에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더 큽니다. 이미 공개적인 싸움과 말바꾸기에 이골이 난 머스크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벌였다가는 애플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이 싸움이 공론화되면 다른 기업들을 비롯해 정부와 의회의 표적이 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트위터가 콘텐츠 검열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을 떠나 일단 애플은 트위터가 '30% 수수료' 규칙만 지켜준다면 트위터에게 폭 넓은 재량권을 줄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시한부 휴전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쓴 44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구독 모델 매출을 늘려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는 3년 안에 기업 공개(IPO) 등의 방식을 통해서 수익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위터의 순손실이 지난 3분기에만 2억7000만 달러(약 3480억원)에 달한 만큼 30%의 수수료 지급은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머스크가 웹 결제 등 우회 방식을 택하더라도 애플이 정하는 방식을 벗어난다면 이 휴전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는 애플도 또 다른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트위터를 퇴출하는 최후의 선택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겠죠.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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