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먹통사태 빈발, 이유 있었다"

황국상 기자 2022. 12. 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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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2-② IT 서비스업계 수주산업이자 긴급상황 많은 특성 고려해야 주장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개발된 대형 시스템들에서 초기 장애나 먹통사태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주 52시간제 확대 여파 아니냐는 얘기가 많습니다.

한 대기업 IT서비스 기업 소속 개발자는 주 52시간제 도입이후 변화상을 이같이 언급했다. 2018년 7월 처음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시작으로 주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됐고 2021년 1월부터는 중소기업에, 같은 해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전부에 각각 52시간제가 도입됐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소프트웨어 산업 근로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2시간제 시행 전에는 주 40시간 근로하는 이들의 비율이 29.9%에 불과했으나 시행 후에는 62.7%로 높아졌다.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이들의 비율도 시행 전 24.9%에서 7.9%로 줄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반면 현장에서는 전반적인 개발역량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발인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IT 기업이 개발한 시스템에서 장애가 잦고 후속 대응에 어려움이 커진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지적이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52시간제 이행을 위해 기업이 개발자를 더 많이 고용하면 되지않느냐는 얘기는 ICT 업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며 "제조업은 사람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ICT산업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가령 프로그래밍 에러가 발생한 경우 이전 개발자가 어떤 이유로 무슨 코드를 삽입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새로 인원이 투입되더라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당국도 수시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업무량 폭증 등 이유로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특정 주간이 52시간을 넘더라도 다른 주간의 근무시간을 줄여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기만 하면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미봉책으로 본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쓴다더라도 사전에 작업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작업량과 납기 등은 전적으로 발주처가 정하지 기업이 정할 여지가 없다"며 "그나마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단위가 종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었지만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고객 요구에 따라야 하는 수주업종의 특성상 최소 6개월 단위, 가급적 1년 단위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보안관제의 경우 365일 24시간 무중단 상태로 지속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며 "현재 육상·수상·항공운송이나 보건업 등 52시간제 적용예외 업종으로 지정돼 있는데 여기에 보안관제업도 추가시켜줄 것을 업계에서 수차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발주처 현장에 직접 나가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쪽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한 IT 기업 대표는 "코로나19로 재택·원격 근무가 확산되고 근로시간도 각자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두면서 52시간제에 적응해가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규정·보안상 이유로 개발자들이 발주 고객사로 직접 나가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SI업체 및 보안업체 등은 52시간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52시간제 등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1800년대 영국의 공장법, 가까이는 1953년에 만들어진 국내 공장법을 기초로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산업의 종류와 고용관계, 근무의 형태도 다양화됐지만 이런 산업특성이 얼마나 고려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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