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허탕" 일용직 근로자들 한숨…전국 건설 현장 줄줄이 '셧다운'(종합)

이상휼 기자 오현지 기자 한귀섭 기자 이승현 기자 2022. 12.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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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12일째…광주광역시 건설현장 올스톱
제주 레미콘 생산 1주일째 제로…119센터 공사도 중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12일째 이어진 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정차해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오현지 한귀섭 이승현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가 12일째로 접어들며 전국 각지의 현장에서 공사 중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멘트에 이어 정유·철강분야에 대한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완료하며 압박수위를 높여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5일 국민의힘은 화물연대를 향해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와의 협상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탱크로리(유조차)를 통한 유류 운송은 안전운임제의 도입 취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직종"이라며 "특수이익 집단의 담합행위가 탱크로리 집단 운송거부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탱크로리 화물의 경우 과적이나 과로의 가능성이 적어 총파업 명분인 안전운임제와 무관하다는 취지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입으로는 안전을 외치면서 결국 정치적 파업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비조합원의 업무복귀 방해행위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와의 대화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5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인력사무소로 인부들이 일감을 배정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오늘도 허탕…" 건설현장 '올스톱'에 일감 사라진 일용직들 한숨

뉴스1 취재결과 광주광역시에서는 건설현장이 올스톱됐다. 건설 현장직 노동자들의 일감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파업 시작 전만 해도 인력사무소마다 하루 평균 최소 20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파업 시작 후 현장에서 인력을 문의하는 전화조차 뜸한 상황이다.

현장 일을 한 지 7년 됐다는 최대식씨(61)는 "안 그래도 한겨울이 되면 일감이 줄어드는데 파업 여파로 평소보다 더 빨리 줄어든 게 피부로 느껴진다. 현장에 나가도 일하는 인원이 전과 차이가 난다"며 "평소 대기소를 찾을 때면 80%는 현장에 갔는데 파업 이후로는 3번 밖에 나가지 못해 생활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5년 경력의 김현식씨(58)는 "지난주에도 겨우 한 번 나가고 말았는데…오늘도 허탕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현장에서 이른바 잡부로 불리는 일을 하는데 파업으로 차질이 생겨 타설 등이 진행되지 않자 그 사람들이 잡부로 넘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파업 여파로 내 일자리까지 침범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설 현장은 겨울이 되면 낮은 기온으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어려워 일감이 감소하는데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한파'를 겪고 있다.

사무소 관계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타격을 받아 안타깝다"며 "조속히 파업 문제가 해결돼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 전품목으로 확대 △노동기본권 확대·화물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운임으로,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적용 품목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이며 한시적으로 3년간 도입돼 12월31일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광주 3개 시멘트 업체, 전남 6개 시멘트 관련 업체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12일째 이어진 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정차해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제주 레미콘 생산 일주일째 '제로'…119센터 공사도 멈춰

제주에서는 공공 건설 현장 28곳이 중지됐고, 47곳이 중단될 예정이다. 육지부에서 들여오는 시멘트 수급이 끊기면서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제주지역 24개 레미콘공장이 일주일째 가동을 멈췄다.

제주도내 공공 건설 현장 191곳 중 제주서부소방서 한경119센터 신축사업, 서귀포시 중문동 배수정비, 서귀포 종합사회복지관 건립 등 28곳의 공사가 중단됐다. 파업이 이어지면 47곳 역시 이른 시일 내 공사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사 현장에서도 5곳이 이미 공사를 멈췄고, 17곳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 공사 중단 현장은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핵심 공정인 레미콘 타설 공사를 앞뒀거나 진행 중인 곳들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사 중지 예정 현장들은 골조공사 대신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한 곳들"이라며 "앞으로도 중단 현장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시멘트가 풀리고, 파업이 끝난다 하더라도 전국 모든 지역에서 수요가 빗발쳐 제주가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며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는 날씨 영향으로 배가 뜨지 않을 때가 많아 시멘트 수급이 평소에도 원활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은 제주 감귤 수출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는 제주 감귤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 물량의 80%를 차지했으나 전쟁 영향으로 올해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까지 막히며 수출 물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산 노지감귤 수출 목표는 애초 6000톤이었으나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4500톤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우려했던 제주삼다수 유통에는 아직까지 차질은 없는 상태다. 또 수도권과 달리 도내 유조차 운송 기사 중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이 없어 주유대란 역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무연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후 기준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서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는 휘발유 73곳, 경유 10곳, 휘발유·경유 5곳 등 총 88곳이다. 전날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022.1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강원 대부분 레미콘 공장 정상운영, 품절 주유소는 12곳으로 늘어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도내 132곳 레미콘 공장 중 가동을 멈춘 곳은 7곳(5.3%)이다. 현재 홍천, 횡성, 철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서는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대응으로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 비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주유소협회 강원도지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도내 632곳 가운데 12곳의 주유소의 재고량이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날(7곳)보다 5곳 늘어난 수치다.

도는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 대한 정부의 위기경보단계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한 데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운영 중이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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