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시대착오적 기업승계 잣대

박민철 기자 2022. 12. 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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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조세 정책과 관련된 경구로 '거위 털은 아프지 않게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 조세 제도 개편과 관련해 상속·증여세 개정안과 금융투자소득세 확대 시행을 앞두고 야당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가가 세금을 거둘 때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기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보다는 책임의 대물림, 기업 스케일 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고용 확대를 통한 국가적 기여가 크다는 인식의 대(大)전환이 야당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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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산업부 차장

국가의 조세 정책과 관련된 경구로 ‘거위 털은 아프지 않게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거위 털(세금)을 뽑기 위해선 거위(납세자)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 절대왕정의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 시절 재상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한 말이다. 국가 조세 제도 개편과 관련해 상속·증여세 개정안과 금융투자소득세 확대 시행을 앞두고 야당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증여세를 깎아주고 기업상속공제를 완화하면 ‘부의 대물림’을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역시 ‘부자 감세’라며 정부와 여당의 2년 유예 방안을 거부하고 내년 1월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조세 대상은 1%에 불과하지만, 99%가 피해를 봤던 지난 정부의 ‘부동산 임대차 3법’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해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힌다. 이번 세법 개정안 역시 또다시 야당이 정치 논리나 포퓰리즘으로 억지를 부린다면 정책 실패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국가가 세금을 거둘 때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다만, 추진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제 환경을 고려한 추진 여건도 중요하다. 조세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최근 ‘상속·증여세 개편 필요성’이라는 예정에 없던 참고 자료를 내놓고 대국민 설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자료에는 상속·증여세율은 지난 22년간 변동 없이 최고 50% 세율로 운용하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상속공제 확대를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결국, 일자리와 투자 감소는 근로자 등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의 최고 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속·증여세를 매길 때 주택, 토지 등 재산 가액을 시가에 가깝게 책정하는 반면, 일본은 공시가격 등으로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더 많아 조세 부담은 우리보다 낮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세수 비중도 2020년 기준 0.54%로 OECD 평균 0.13%보다 4배로 크다. 상속·증여세 세수도 10년 전 3조 원에서 최근에는 15조 원으로 5배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속·증여세를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10년 전의 2.6배에 달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이 7개에 불과하다. 일본 3만3000개, 미국 1만9000개 등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IBK경제연구소의 중소기업 승계 전후 경영 성과 분석을 보면 승계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설비 투자가 7.7% 더 많고, 일자리도 4.6% 더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계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세대 간 경영의 일관성이 복원되자 승계 전 잠시 멈췄던 설비 투자와 고용이 다시 살아났음을 보여준다. 기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보다는 책임의 대물림, 기업 스케일 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고용 확대를 통한 국가적 기여가 크다는 인식의 대(大)전환이 야당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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