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하루하루 피해 예고한 언론보도...파업보도 따져보니

김양원 입력 2022. 12. 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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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2월 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하루하루 피해 예고한 언론보도...파업보도 따져보니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최근 연이은 노동계의 파업 돌입에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연일 밝히면서 노정갈등이 첨예합니다. 관련해서 파업 보도 짚어주신다고요?

◆ 김언경> 지난달 23일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24일 화물연대,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바로 다음날인 이달 1일 타결이 됐지만요), 2일에는 전국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연이은 파업소식에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요. 화물연대 파업을 예로 들면, 정부와 화물연대가 제대로된 협상의 자리조차 없이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었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를 보시고 불안해하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요구사항은 뭔지 아마 잘 알고 계신 분은 드물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파업의 사유가 제대로 보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늘 미디어비평에서는 '파업보도를 바라보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와 노조법 2, 3조 개정 및 개혁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 당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최소한 죽지는 않고 일하도록 하자는 것이며 누구나 노동조합은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책임이 있는 원청이 교섭에 나오도록 노조법 2조3조를 바꾸자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요구 중 하나가 노조법 2조 3조를 바꾸자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입니다. 따라서 언론은 '노조법 2,3조 개정 및 개혁 입법 쟁취'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왜 총파업을 하는 것인지는 설명없이 제목 위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고요. '총파업'만을 부각시켜서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일체의 관용 없이 모든 조치 강구 엄정 대응하겠다고 나서고,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하는 등의 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배경에는 우리 언론이 제 역할을 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김양원> 노동계의 요구가 국민에게 전달되어 공론장이 펼쳐져야 하는데, 언론이 애초에 이런 요구사항과 쟁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세요?

◆ 김언경> 네, 그러다가 노동계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만을 강조하고, 정부의 강경대응 대 노조의 강경대응만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민주노총 총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은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입니다. 그런데, 이를 짚은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보수언론들은 그동안 계속 노조법 개정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이고, 그 수혜는 일부 강성노조에게만 돌아간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9월 15일 미디어스에 실린 <합법파업 불가능한 현실 은폐하는 노란봉투법 보도>에서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노란봉투법'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노・사간 손배소를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사실상 '정당한 쟁의가 불가능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 김양원> 자, 구체적으로 파업 보도들을 좀 살펴보죠. 우선 이번 노동계 파업의 가장 많은 눈이 쏠린 곳, 바로 화물연대 파업인데요. 쟁점이 안전운임제입니다?

◆ 김언경> 네, 안전운임제는 유가 인상 시, 유가에 연동해 운송료를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폭등하는 기름값으로 인해 '달릴수록 적자'인 화물노동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이 안전운임제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조항으로 올해 말 자동 소멸될 위기에 처했죠. 적용대상도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습니다. 이는 전체 사업용 화물차 중 6.2%에 불과하고요. 전체 42만 화물노동자 중 약 2만 6천여 명만 해당되었습니다.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와의 교섭을 통해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안전운임 품목 확대 논의를 합의하며 8일만에 파업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의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합의안에는 품목 확대 논의도 담겨 있었으나 정부가 처음부터 반대로 일관했습니다.

◇ 김양원> 이렇다보니, 화물연대는 정부가 지난 6월 파업당시 내세웠던 약속들을 내팽개쳤다, 정부는 협상장에도 나오지 않는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보도는 어땠나요?

◆ 김언경> 일단 파업돌입과 동시에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미리 걱정하는 보도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파업 첫날인 24일에는 큰 차질 없다면서도 기업 관점에서 '걱정된다'는 보도가 다수였고요, 보도 대부분이 파업이 장기화되면 시멘트 출하 중단 우려, 아파트 건설 현장 중단 우려, 철강업계는 출하량 감소 우려 이런저런 우려를 늘어놓는 형태의 보도들이었습니다. 하루하루 피해 예고를 하는거죠.

파업 이틀째인 25일에는 항만 컨테이너 장치율은 아직 여유있는데도 '점점 영향이 미치고 있다. 피해가 가시화된다'는 식으로 파업 피해 우려 보도가 실시간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총파업 3일째인 26일에는 [총파업 사흘째…'셧다운' 위기 속 화물연대] 이런 식의 제목으로 "레미콘 업계는 오는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 현장이 멈출 것으로 전망"하고 "다음 주 월요일(28일)부터는 '셧다운' 되는 건설 현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27일에는 어떻게 산정했는지도 모를 '피해 금액'을 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째가 되자(29일) '피해' 보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로 작용했는데요.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해 전국 곳곳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시멘트업을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정했다"고 했습니다.

◇ 김양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피해 예고'로 보도한 언론, 그리고 이런 보도가 정부의 강경대응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말씀이세요.

◆ 김언경> 네, 물론 이런 보도도 있어야죠. 왜냐면 산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언론이 그것도 감시해야 하잖아요. 문제는 이 파업이 왜 이뤄지고 있는지 중재하려하는 보도도 나왔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노총이나 화물연대에 대한 폭력성, 불법성, 무례함 등 다양한 부정적 이슈가 도드라졌다는 점입니다. 먼저 11월 26일 오전 7시 13분쯤 부산에서 운행 중인 트레일러 2대에 쇠구슬이 잇따라 날아들어 차량 앞유리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안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피의자와 혐의가 특정된 것이 아니고, 노조도 압수수색에 협조했고, 별다른 마찰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건은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것으로 활용됐고, 일부 언론은 비조합원을 향해 투척한 쇠구슬 사건에서 경찰의 입장은 인용하면서도 노조의 해명이나 반박은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것이죠. 언론은 경찰의 입을 빌려서 "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 검토 등 압박을 이어가자 파업 비참가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노총, 화물연대 등을 불법, 폭력, 무례한 존재로 이미지화하는 보도들은 더 있는데요. 시간관계상 이들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는 생략하겠지만요. 하필 민주노총 총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사안을 묶어서 민주노총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보도행태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불법인가, 아닌가.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자인가 자영업자인가, 그러하다면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한가 등에 대한 논란도 있더군요.

◆ 김언경> 네, 이런 내용 역시 기자가 객관적으로 팩트체크해서 전하기보다는 노조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형태로 나오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한겨레의 11월 30일자 보도 <화물기사, 노동자 아니라며...'운송거부=불법파업' 법적 궤변>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발언은 일단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이라고 전제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화물자동차법을 어겨 불법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기거나 다른 운수종사자 행위를 방해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반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 거부행위는 법이 금지한다.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억지다,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법외노조 형태인 화물연대 조합원의 운송 거부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하는 대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로 들어간 것이고요. 실제로 2011년 대법원은 2010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일부 조합원이 운송을 거부해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화물차주(화물연대 조합원)와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는 화주나 화물운송위탁업체를 업무방해 피해자로 보아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까지 묻는 것은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 김양원> 정리해보면, 당초 노동계가 파업의 주요 이유로 내세웠던 노조법 2,3조, '노란봉투법' 개정 문제는 언론에선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파업으로 인한 피해 예상을 중계하는 식, 파업의 불법성에 대한 팩트체크 등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

◆ 김언경> 비단 노란봉투법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늘 방송에서도 굉장히 많은 제도들이 나왔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더 쉽게 입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기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쟁점을 풀어주고, 싶게 설명해주는 보도가 있어야 제대로 된 공론화가 되고, 노동자를 낙인찍는 천편일률식 보도가 바로잡히지 않겠냐는 말씀... 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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