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비공식 ‘해외 경찰서’ 100여곳…국제법 위반 소지”

김서영 기자 2022. 12.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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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권 성향 시민 감시…한국서도 운영
인권단체 “불법적 병행 치안 체계” 비판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민대회당 앞에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애도 의미로 중국 국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권 및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서’(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가 총 100여곳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왔다.

CNN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해외에 비밀리에 설치한 해외 경찰서는 지난 9월 기준 54개에 이어 48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최소 5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공안부가 이를 네 가지 권역으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해당 시설이 한국에도 운영되고 있으나 정확한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9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이 해외 곳곳에 비공식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가를 뛰어넘어 난폭해지는 중국의 감시’란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이 해외 경찰서를 통해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망명 중인 중국 시민을 감시 및 협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본국으로 송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110’은 한국의 ‘112’와 같은 경찰 신고 번호다.

이 단체는 한 중국 국적자가 프랑스 파리 교외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에서 비밀 공작원들의 협박을 받아 중국으로 돌아간 사례를 소개했다. 이 공작원들은 해당 인물을 귀국시키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집됐다. 지난 9월 보고서에서는 스페인과 세르비아에서 망명 중이던 중국 국적자들이 강요에 의해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실렸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확인한 중국의 불법 해외 경찰서가 운영되는 국가. 한국은 지난 9월 보고서에는 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제공

중국 당국은 해외 경찰서는 공식적으로는 중국인들의 시민권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콜센터’처럼 홍보한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정권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귀국을 강요하는 것이 해외 경찰서의 실제 목표라고 본다. 중국 측 설명이 사실이어도 대사관이나 영사관처럼 주재국 승인을 받은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보는 것은 비엔나 협약에 위반된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상대국과의 공식적인 경찰·사법 협력을 피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행 치안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주재국에서 문제 제기를 한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는 중국이 자국에서 2018년부터 해외 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불법”이라고 반발하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자국에서 발견된 중국 해외 경찰서를 폐쇄했고, 스페인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거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중국은 CNN의 질의에 해당 시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일한다고 답했으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과 근로계약의 형태로 일하는 이들이 확인됐다. 아울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같은 몇몇 유럽 국가가 중국의 해외 경찰서를 묵인하기도 하고 때때로 공조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로라 하스 캠페인국장은 “세계 곳곳에서 중국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두려움으로 인해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해외 경찰서가 발견될 것이다. 각국이 중국인과 모든 사람을 위해 법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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