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캔 172만개 모은 아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2022. 12.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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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스리사이클링’ 12세 CEO
3세때부터 플라스틱·유리병·캔 모아
세계적 재활용 아이콘으로 주목
폐기물 강·호수·바다 유입에 경각심
환경교육 지원 ‘프로젝트3R’도 설립
“모두 조금만 더하면 엄청난 차이”
라이언은 최근 전 세계에 걸쳐 재활용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환경 교육에 지원하는 비영리조직 ‘프로젝트3R’도 설립했다. [라이언 페이스북]

‘공병 팔아 1000만원 번 소년’으로 유명세를 탄 아이가 있다. 당시 나이는 7살.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한 이 아이는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공병을 모아 1000만원을 벌었다는 데에 이목이 쏠렸다.

이제 아이는 12살 소년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라이언스리사이클링(ryansrecycling)의 최고경영자(CEO)다. 12살의 CEO이자, 여전히 쓰레기를 모은다. 지금까지 모아서 재활용한 병과 캔은 총 172만개. 도대체 이 CEO는 왜 ’쓰레기 수집가‘가 됐을까.

라이언 히크먼(Ryan Hickman)이 병과 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2년, 불과 그의 나이 3살 때다. 라이언의 부모는 당시 3살인 아이와 함께 지역 재활용 센터에 가서 캔과 병이 든 작은 봉지를 현금으로 바꾸게 된다. 라이언이 과연 3살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할지는 알 수 없지만, 라이언은 당시의 경험이 출발점이었다고 회고한다.

다음날 라이언은 부모와 주변 이웃에게 빈 비닐봉지를 나눠주고 싶다고 얘기하고, 이후 이웃들도 기특한 라이언의 활동에 적극 동참하며 라이언에게 주려고 캔과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라이언은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재활용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그의 활동은 단순하다. 플라스틱과 유리병, 알루미늄 캔 등을 모아 재활용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일찍, 꾸준히, 지금까지도 이어졌다는 게 차이다. 사업이 확장된 계기는 언론 인터뷰였다. 2016년 라이언의 이야기가 입소문을 거쳐 방송 출연까지 이어졌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유명세를 탔다.

NBC, CNN, CNBC, 폭스 등 주요 방송이 라이언을 다뤘고, 주요 매체로부터 수상이 이어졌다. ‘2017 올해의 시민’이나,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으로 선정됐다. MSN이 선정한 ‘세상을 바꾼 어린인 15인’으로도 뽑혔고, 그 외에도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다수 수상했다. 플랜트라이프, 아텐스 서비스, 랠리, 샌드클라우드 등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함께하며 활동 규모는 더 확장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 재활용한 컵과 병의 규모는 총 172만여개. 지금까지 총 누적된 재활용품 수치다. 최근엔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비영리조직 ‘프로젝트3R’도 설립했다. 전 세계에 걸쳐 재활용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환경 교육에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라이언은 설립 목표에서 “지역사회에서 해변 청소 등을 진행하며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심각성을 알리고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재활용을 통해 환경, 경제, 제조업 등을 모두 돕고 불필요한 폐기물이 강이나 호수, 바다 등으로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다”며 “전 세계 아이들과 성인에게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라이언의 활동 방식은 사실 국내에서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서도 이뤄졌던 활동이다. 1985년부터 국내 소비자들도 소주나 맥주 등을 구매할 때 공병 보증금(70~350원)을 추가 지불하고 있다. 소매점에 공병을 반환하면 이 금액을 돌려준다.

80~90년대만 해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빈 병을 모으는 풍경이 흔했다. 지금도 법적으로 소주병이나 맥주병 등은 보증금이 있다. 꼭 구매한 곳이 아니더라도 해당 병이 담긴 주류를 판매하는 가게라면 보증금과 빈 병을 교환해주는 게 의무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다만, 빈 병 관리가 어렵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교환을 거부하는 편의점 등도 적지 않다. 만약 교환을 거부하면 신고 대상이다.

12살의 라이언은 세계적인 ‘재활용 아이콘’이 됐다. 같은 나이에 라이언보다 더 많이 돈을 번 소년 CEO는 많겠지만 그만큼 고마운 성과를 거둔 소년 CEO가 또 있을까. 라이언은 지금도 각종 인터뷰마다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나 같은 아이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우리 모두 조금만 더하면 엄청난 차이가 생깁니다. 지구를 깨끗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If an eleven year old kid like me can make a difference, anyone can too. When we all do just a little bit, it adds up to a huge difference. Thanks for helping me clean up our planet).”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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