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는?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입력 2022. 12. 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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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시스템 안정화와 준비금 증명 제도 정착 선결돼야”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부동의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립자 자오창펑(Changpeng Zao)의 트윗 메시지는 세계 2위 거래소 FTX의 파산을 이끌어낸 촉매제가 됐다. 그는 11월7일부터 4일간 FTX의 자체 토큰 FTT 매각 의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한 후 FTT의 가치가 폭락하자 FTX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철회하는 방식을 되풀이하며 FTX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자오창펑의 트윗은 FTX 파산의 나비효과로 작용했다. 

2019년 출범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애용한 거래소 중 한 곳이었으나 불과 4년 만에 파산을 신청했다. FTX의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CEO는 1992년생으로 30세의 나이에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자산가 중 최연소 부자로 선정된 인물이다. MIT 물리학 전공, 해지펀드 트레이더 경력과 함께 금융계에서 기업가 정신의 롤모델로 손꼽힌 그는 하루아침에 도덕적 해이의 화신이 됐다. 

ⓒAP 연합

FTX는 왜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했을까 

뱅크먼프리드는 27세에 FTX를 세웠고 25세에 암호화폐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세웠다. 암호화폐 투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거래소를 만들었고 거래소에서 자체 토큰 FTT를 발행한 후 이를 다시 자신의 투자회사에 빌려주며 FTT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순환 구조를 취했다. 알라메다와 FTX의 순환 구조는 사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방식이지만 그 누구도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FTX와 창업자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7월, 국내 2위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후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암호화폐 1위 거래소를 운영하는 자오창펑을 누르고 순자산 210억 달러(28조원)로 전 세계 72위 부자에 올랐다는 건 그의 암호화폐 운영 역량과 암호화폐의 미래가치에 대한 전망을 더욱 밝게 비추는 발광체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 붕괴는 저가 매수 기회라며 투자자를 설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의 발언을 실행에 옮기며 암호화폐 업체의 잇단 파산으로 유동성 리스크에 빠진 업체의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 연장선에서 빗썸을 인수해 업계 영향력을 넓히려던 그의 행보가 다행히 국내시장에 발을 미치진 못했다. 글로벌 거래소를 표방했음에도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본사를 둔 점, 그리고 암호화폐를 통해 외국자본 유입 등의 이슈가 국내 정부에도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분 확보와 인수를 통해 승승장구할 것 같던 FTX의 앞날은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창업자의 트윗 한 방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자오창펑과 트레이더 출신의 뱅크먼프리드의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가 달라 갈등이 발생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레버리지 투자와 순환 구조를 강조한 뱅크먼프리드의 관점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자오창펑의 관점과 충돌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약하다. 자오창펑이 2018년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한 크립토 생태계 구축을 공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오창펑 역시 회사 주소를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등록했고 암호화폐 규제에 관해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 뱅크먼프리드의 태도에 시종일관 부정적 입장을 취해 지금까지도 돈세탁과 탈세 등으로 미국, 홍콩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에선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미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대결에서 자오창펑이 FTX의 가능성을 사전에 잘랐다고 얘기한다. 그가 FTX의 재무구조 부실을 언급한 후 FTX 인수를 철회한 점 그리고 바이낸스가 보유한 FTX의 코인을 뱅크먼프리드가 개당 22달러에 모두 사겠다고 제안했으나 바이낸스가 거절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FTX는 기회의 천국이 아닌 투자의 지옥으로 전락했다. 

11월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준비금 증명 제도 정착이 관건 

FTX의 파산은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FTX는 소프트뱅크와 캐나다 연기금까지 투자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거래소였다. 신뢰와 기회의 천국으로 여겨진 FTX가 파산 소식을 전하자 모든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고 여타 다른 거래소에도 불신이 퍼지고 있다. 국가별 FTX 사이트 접속자 중 한국이 두 번째로 높다는 점에서 FTX를 이용한 국내 투자자들도 상당수 피해를 보았다. 

FTX 파산으로 누군가는 법·제도 정비를 주장하고, 누군가는 시장 내 신뢰 회복을 얘기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늘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에 불신이 언제든 독버섯처럼 피어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누군가는 암호화폐의 종말을 예견한다. 다만, 암호화폐가 2008년 기존 법정화폐의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하며 탈중앙화의 매개체로 여겨졌기에 암호화폐는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답은 암호화폐 거래의 시스템 안정성과 준비금 증명 제도의 정착에 있다. 법정화폐 중 실물화폐는 10%에 그치고 90%는 컴퓨터 코드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보증하기에 신뢰도가 형성된 것처럼 암호화폐 시장도 미래에 대한 신용 안정성과 네트워크 기반 안정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규제 당국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암호화폐의 신뢰와 가치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미 바이낸스를 포함해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도 준비금 증명 제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준비금 증명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신이 거래하는 거래소의 소유 자산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내 1위 업비트는 아직 뚜렷하게 이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하는 거래소가 더 많은 자금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은 명확하다. 

거래소의 연이은 파산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거버넌스 역시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저명한 사회학자 로널드 버트는 구조적 공백이 없는 상호 견제와 균형이 형성된 네트워크가 가장 안전한 거버넌스라고 강조했다. 바이낸스와 FTX 사례에서 보듯이 거래소의 투명성과 안정성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앞으로도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 천국과 지옥을 수차례 오가며 시행착오를 거쳐 거버넌스 체제도 정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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