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나 기후변화 유발했나...주범 찾기 연구 나선 과학자들

박정연 기자 2022. 12.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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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손실과 보상 기금' 합의…환경오염 원인 파악 기술 주목
유엔환경계획(UNEF)이 발표한 탄소배출 근원지 추적을 위한 위성시스템 마스(MARS)의 이미지. 국제메탄배출관측소 유튜브 캡처.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선 기후변화로 재앙적 수준의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게 기후변화를 유발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보상하는 '손실과 보상 기금' 조성이 합의됐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기후변화 유발에 대한 책임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상하게 된다. 

진전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피해량 산정과 각국별 보상금 부담 규모 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또 구체적으로 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번 합의로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주범과 배출지를 특정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를 유발한 오염원을 찾는 기술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등이 실제 환경에 미친 영향을 정량화하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 배출지 특정하는 기술 나와
과학계는 COP27에서 합의된 '손실과 보상' 기금이 국제사회의 화두에 올랐을 때부터 온실가스 배출지역과 배출 후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데이비드 바스트비켄 스웨덴 린셰핑대 교수는 지난달 7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에서 서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현재의 기술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설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1만3500개의 기사와 연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시간 경과에 따라 온실가스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현재의 기술로선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배출량 감소를 위한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보였는지 판단하는 기술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UN 등 국제기구는 이번 COP27 합의와 함께 온실가스 측정을 위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과학계의 지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월 초 UN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의 방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시간에 따른 경과를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위성 기반 시스템 ‘마스(MARS, Metan Alert and Response System)’를 공개했다.

MARS는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메탄이 배출되는 지점을 탐지하고 실시간으로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촬영한다. 이를 통해 메탄의 발생원을 특정할 수 있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폐기물, 가축 사육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을 추적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MARS의 운용과 추가 개발을 주도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를 찾아내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호프 존슨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원 연구팀은 지난달 17일 국제학술지 ‘폴리머 캐미스트리’에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산자를 찾아내는 기술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 고분자화합물에 각기 다른 결합방식을 사용해 플라스틱에 영구적인 표식을 넣자는 것이다. 폐기된 플라스틱에서 고분자화합물이 결합된 방식을 확인하면 플라스틱 생산자를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플라스틱 DNA 확인법’이라고 표현했다. 

● 환경오염 대책 효과 측정 연구도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기존 대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조이 다이애나 미국 듀크대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지난달 18일 국제학술지 ‘원어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7년까지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74배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다시 2017년의 두 배에 육박하는 플라스틱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효과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72%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나 월마트 같은 대기업은 더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는데 생산 과정에서 절감된 비용은 다른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투자돼 결과적으로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2015년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79%는 매립지나 자연에 버려졌다”면서 “반면 소각된 플라스틱과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각각 12%, 9%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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