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야기한 우주쓰레기 문제, 지금 해결해야"

고재원 기자 2022. 12. 5.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미리 UAE 장관 인터뷰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아랍에미리트(UAE) 첨단과학기술장관. UAE 제공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인류는 지난 6월 기준 위성 등을 포함해 5만6500여개의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이 중 2만8160개가 우주 쓰레기로 남아있다. 무게로 따지면 약 9300t에 달하는 양이다. 막대한 양의 우주 쓰레기들은 고도 500~1300km 곳곳에 포진해 총알보다 빠른 속도도 궤도를 돌며 현재 운용중인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 손상사고를 포함해 실제 1961년 이후 우주 쓰레기 충돌사고가 약 560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인류의 우주활동이 활발해지며 우주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충돌사고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우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아랍에미리트(UAE) 첨단과학기술장관은 지난 25일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미 우주는 밀집 지역이 되고 있다”며 “우주 쓰레기 문제를 기후변화 문제처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집트에서 폐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조성을 담은 최종 합의문이 채택됐다. 선진국들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개발도상국들이 떠안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우주개발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게 아미리 장관의 지적이다. 이미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우주 공간에 만든 우주 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신흥국들이 입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미리 장관은 “문제가 한참 진행된 다음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며 “이 문제를 기후변화처럼 늦게 대응하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몇몇 선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우주에 대한 접근성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AE는 지난 2020년 7월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화성 탐사선 '아말'을 발사하면서 신흥 우주 강국으로 떠올랐다. 우주개발 후발 주자인 만큼 도전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12월 5~6일 아부다비에서 우주 분야 글로벌 포럼 ‘스페이스 디베이트’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기존 우주 선진국들과 우주 신흥국들이 함께  우주 쓰레기를 포함한 우주개발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미리 장관은 “기후변화에서 겪은 지속 불가능성을 우주에선 재현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마련한 논의의 장”이라며 “선진국들엔 우주산업 미래를 위한 국제협력 증진을 위한 자리가, 신흥국들에겐 함께 논의에 참여해 우주산업 혁신을 도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선 우주 지속가능성 외에 우주 거버넌스, 우주산업 육성, 우주 안보 등의 주제도 논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국(ESA) 등 정부 우주기관과 노스럽그루먼, 원웹, 블루오리진 등 기업 관계자를 포함해 총 30여개국 250여명이 논의에 나선다. 인도, 싱가포르, 르완다 등 우주개발 신흥국 관계자도 참여한다. 

아미리 장관은 “그간 우주산업의 경제적 논의만 있었다. 이번 포럼은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 우주개발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첫 자리가 될 것”이라며 “우주 법률과 규제 등도 다룬다”고 말했다.

한국도 이번 포럼에 참여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우주탐사 컨소시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아미리 장관은 “한국은 UAE의 환상적 우주 파트너”라며 “산업에 대한 협력을 넘어 정치적 파트너쉽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2년마다 개최될 예정이다. 포럼에서 도출된 논의 내용을 기반으로 2년간 내용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미리 장관은 “우주의 여러 문제들을 장기적으로 함께 다뤄가면서 문제들을 풀어 나가려 한다”며 “이런 고민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