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집 사면 오른다더니”…16억에 산 송도 아파트 9억에 팔았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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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아파트값 10.34%↓
집값 반토막난 송도, 중국인도 손절
외국인 주택거래 위법의심행위 567건 적발
“외국인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
인천 송도국제도시 모습 [매경DB]
# 중국인 A씨(30대 초반)는 작년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송도아트윈푸르지오 전용 106.78㎡ 아파트를 현금 15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직전 거래 최고가인 12억5000만원보다 무려 3억4500만원이나 비싼 가격이었다. 당시 집값 등급기었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작년 연말부터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행의 동반 금리 상향 조정으로 매수세는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다. A씨는 올해 4월 보증금 1억원, 월 280만원의 월세 계약을 맺었으나, 6개월 만인 지난달 약 7억원의 손해를 보고 집을 팔았다.

매수인은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B씨로, 특수 관계인 등의 증여성 거래가 아닌 정상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목적으로 국내 아파트를 매수한 A씨는 본격적인 집값 하락기에 어쩔 수 없이 손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거래 침체기, 금리 인상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빚투(빚으로 투자)족의 대출 이자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현금으로 국내 주택을 매입한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 역시 기대 투자이득을 거두지 못하고 되레 손해를 보고 주택을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과 지하로 연결된 주상복합단지로 바다 조망도 누릴 수 있어 분양 당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재 해당 면적 매도 호가는 11억원 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9억~10억원대라도 팔려고 내놓은 급매물이 적지 않다고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난해 33.11%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송도의 아파트값이 최근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조사 누적 기준 인천 연수구(송도 포함)의 아파트값은 10.34% 떨어졌다. 하락 폭이 세종(-12.05%), 수원 영통구(-11.70%), 대구 달서구(11.68%), 대구 달성군(-10.39%)에 이은 하락률이다.

최고가보다 30~40%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 거래가격은 작년 8월 10억7500만원에서 올해 10월 6억3000만원으로 1년 2개월 만에 4억4500만원이나 하락했다. 같은 동 송도SK뷰 전용 84㎡도 지난달 5억6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작년 9월 최고가인 1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외국인 주택거래 보니… 중국인이 70% 싹쓸이

이같은 현상은 시장 침체로 인한 영향에 최근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기획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도 중국인이 낮은 가격에 급하게 집을 매도한 이유로 지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외국인 주택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기획조사를 마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2년여간 이뤄진 외국인 주택 거래 가운데 70%가량을 중국인이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외국인 국적별·지역별 전체 주택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뤄진 외국인 주택 거래 2만38건 중 중국인에 의한 거래가 1만3944건(69.6%)을 차지했다. 미국인 2479건(13.7%) 캐나다인 860건(4.3%) 대만인 380건(1.9%)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은 수도권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체 1만3944건 중 9751건(69.9%)이 수도권 거래였다. 서울 내에서는 구로구(318건) 금천구(192건) 영등포구(143)가 중국인의 매수 순위권에 들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1위가 부천시(858건), 2위 시흥시(753건), 3위 안산 단원구(676건)로 집계됐다.

정부는 부동산 침체에도 외국인 주택 매수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주택거래에서 해외자금 불법반입 정황 등이 포착됨에 따라 기획 조사에 착수해 위법의심행위 567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적발된 위법의심행위 567건을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이 이처럼 수도권 주택을 집중 매수한 시기는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기간과 겹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내국인의 경우 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받을 때 각종 규제를 적용받지만, 외국인은 본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오면 되는 만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은 세대원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 실질적으로 취득세·양도소득세 부과가 면제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투기로 의심되는 외국인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외국인의 주택 자금조달 계획을 분석하고 이상거래를 관세청과 공유한다. 또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외국인이 부동산 거래 시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위탁관리인을 지정하게 한다. 외국인의 토지 대량매입, 지분 쪼개기, 이상가격 거래 등도 포착될 경우 기획조사에 나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내국인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부동산 현황 파악과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주택을 불법 자금으로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집을 매도한 상황이라면 거래 진위 여부 판단이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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