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몸집 줄이는 스타트업 업계 “내년엔 매각 매물 쏟아질 것”

염현아 시사저널e 기자 2022. 12. 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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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위기 빠진 인기 스타트업, 구조조정·매각 등 체질 개선 돌입

(시사저널=염현아 시사저널e 기자)

수년간 호황을 누려온 국내 인기 스타트업들이 최근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한때 유니콘 성장의 기대를 받으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투자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기업들은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결국 생존을 위한 혹독한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생존 전략에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매각 추진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스타트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적자 상황을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워온 B2C 플랫폼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호황기엔 시장 점유율 확대와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생존에 돌입한 것이다.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던 예비유니콘 기업들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1월27일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 매각에 돌입했다. 2014년 설립해 도티, 유병재, 김해준 등 스타 유튜버가 대거 속한 국내 대표 멀티채널네트워크(MCN)마저 체질 개선을 통한 생존 전략을 택한 셈이다. 샌드박스는 지난해 매출 113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는 12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6% 늘어났다.

2019년 예비유니콘에 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도 올 2분기부터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직원 수를 기존 200명대에서 100명대로 줄였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선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로선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투자유치가 계속 지연되면서 업계에선 경영권 매각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매각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겠지만, 우선 필요한 투자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예비유니콘도 피하지 못한 벤처 혹한기

왓챠와 나란히 예비유니콘이 된 메쉬코리아는 현재 법정관리와 매각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투자유치 실패로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11월25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절차의 한 종류인 자율적 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도 2020년 178억원에서 지난해 367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초 7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유치에도 실패하면서 현재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은 플랫폼들도 자금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수산물 당일 배송 플랫폼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은 지난 9월 전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 기존 주주인 하나벤처스로부터 5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자금난 해결엔 역부족이었다. 협력사들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연체돼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지금은 수산물을 제외한 10개 식품 배송 서비스만 재개한 상태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단행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던 임원들도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지난해 2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 이후 지금까지 후속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잉은 지난해 기준 누적 방문자 수가 1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숨고' '클래스101' 등 경쟁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기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문을 닫은 플랫폼도 수두룩하다. 지난 6월 국내 1호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를 시작으로 뷰티숍 및 피트니스센터 예약·결제 서비스 라이픽, 빅데이터 기반 모바일 사용자 행동 분석 유저해빗, 패션 플랫폼 힙합퍼 등이 잇따라 폐업을 결정했다. 역시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생존에 실패하면서다.

올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 급감했다. 내년에도 투자 한파가 계속돼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에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예산도 올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에 위치한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시사저널 최준필

"내년부터 스타트업 매각 추진 쇄도할 것"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체질 개선에 실패한 기업들의 매각 추진이 쇄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은 1분기 16건, 2분기 36건, 3분기 4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어떻게든 파산을 막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불황형 M&A'가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 시리즈B 투자유치를 준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며 "자금난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해 경영진과 퇴사 직원들 간 갈등을 빚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관계자도 "최근 VC 업계에선 내년 매각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투자 전략을 고심 중"이라며 "유동성이 좋았던 올 초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합의됐었지만, 이제 매출을 내고 자생이 가능한 기업들이 살아남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VC들 사례가 쌓이면서 전보다 투자심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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