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출범 40주년 행사에 초대받지 않은 이들

권정식 2022. 12. 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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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구단 사장들의 회의인 KBO 이사회 개최 없이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방식 개선, 경기 스피드업 방안 마련 등 현안에 대한 논의 없이 새해를 맞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3월 공석 중인 새 총재 선출과 관련해 구단 사장들이 이사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끝내 두가지를 이루지 못하고 한해를 보내게 됐다. 첫번째는 KBO 이사회(구단 사장단 회의) 개최다. 시즌 중 거론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려야 함에도 지난 10월 18일 '외인 선수 샐러리캡 도입'을 위한 회의를 한 후 '개점휴업'이다. 연말까지 개최될 계획이 없다는 게 KBO 사무국의 입장이다.

물론 내년 1월중 새해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한 이사회가 열리겠지만, 일부 언론과 적지않은 팬들이 절실히 바라는 '포스트시즌(PS) 경기방식 개선' 요청에 귀를 닫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다. PS 경기방식 개선은 연내 결정짓지 않으면 내년엔 실시될 수 없다. 이런 중차대한 현안을 최소 1년 패싱시킨다는 건 사장들의 직무태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12월~새해 1월 두달간은 선수들의 비활동기간이다. 사실상 '사원'인 선수들이 쉬므로 사장들의 업무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유있는 시간을 틈타 이사회를 열어 진지하게 프로야구 현안 토론 및 실행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선수들이 장기간 휴식을 취한다고 사장들마저 각종 행사 참여를 이유로 업무를 팽개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많은 팬들은 선수들이 매일 열전을 치르는 7개월 반의 페넌트레이스 동안 사장들이 뭘 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지난달 6일 끝난 월드시리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내셔널리그 3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6차전에서 4대1로 누르고 정상을 차지했다(한국시리즈도 시즌 1위인 SS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키움을 6차전에서 물리침). 양국 리그 모두 '정석대로' 하위팀의 반란은 없었다.

특히 메이저리그(ML)는 2012년부터 와일드 카드팀을 지구별로 한팀씩 늘린 제도가 완전히 정착됐음을 이번 포스트시즌 흥행에서 입증됐다.

ML의 와일드카드팀 증설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20년 전인 2002년 가을 ML 사무국 간부가 내한했다. 이 간부는 KBO 리그 관계자로부터 '3~4위가 치르는 준플레이오프(준PO) 방식'을 전해듣고 "그것 참, 재미있는 대전 방식이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KBO리그의 독특한 '준PO 방식'이 ML의 와일드 카드팀 늘리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는 KBO리그가 ML로부터 PS 방식을 '역수입'할 때다. 1999~2000년의 양대리그 채택 이후 2001년부터 준PO 제도가 신설돼 22년째 이어지고 있다. 준PO 승자가 PO를 거쳐 KS로 진출하는 계단식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이다. 한계에 다다른 만큼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야 한다. 매경기 혈전을 벌이는 단기전이어서 관중석은 늘 차지만 시즌 1위팀이 20일 가까이 워밍업을 하는 '불공정 게임'은 매사에 공정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들 취향에 맞지 않다.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이다.

와일드카드팀만 한차례 더 경기를 갖게 하고 이후부터는 지구 1위든 2위든 똑같은 조건에서 토너먼트식으로 붙는 ML식이어야 '월드컵같은 열기'를 불러 모을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PS 안(案)중에서 KBL(한국남자프로농구) 방식이 가장 근사하다. 다만 1위팀에게 잇점을 주기 위해 '1위 vs 5-6위승자, 2위 vs 3-4위 승자'의 토너먼트 방식이 더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ML처럼 하루의 시차를 두고 양쪽 디비전 경기가 연속으로 열려 더욱 박진감이 있다.

이사회가 집중 협의할 또 한가지는 '경기 스피드업'이다. 다른 건 제쳐두고 수비 시프트 하나만 금지해도 한경기 20분 이상 단축된다는 ML 보고서를 적극 검토, '2시간 40분대 진입'에 관중 회복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코로나19 진정세로 올해 경기당 8,439명이 입장, 3년만에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사상 최다였던 2012년(13,451명)의 63%에 그쳤다. 내년에 1만명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평균 1만명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새해 1월 이사회에서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초유의 결단력을 발휘해야 할 이유다.

올해 아쉽게 이루지 못한 또 한가지는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의 숨은 공로자에 대한 '감사 표시'다. '40인 레전드'를 비롯한 감독, 코치, 선수와 역대 KBO 총재는 프로야구를 국민스포츠로 만든 일등공신들이다. 하지만 출범 당시 각 구단 프런트와 심판위원, 기록위원들의 수고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생존자를 모두 합쳐도 30명이 안된다.

초창기 각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야구담당 기자와 PD, 특히 야근과 지방 출장을 밥먹다시피한 스포츠전문지들의 열성도 결코 빠뜨릴 수 없다(과로가 직간접 원인이 돼 별세한 이들이 여럿 있다). KBO에서는 포스트시즌 기간중 하루 날을 잡아 이들을 한번에 초청, 관중들의 박수로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으면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직 총재와 사무총장, 아마추어야구 관계자들을 '선별하듯이, 선심쓰듯이' 초대했을 뿐, 요란했던 출범 40주년 행사는 '숨은 선구자'들을 외면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최초의 경기인 출신 KBO 총재 재임시에 이런 실망스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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