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 음식 · 연애에 진심이었던… ‘낯선 조선’ 들여다보다

나윤석 기자 2022. 12. 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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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조선은 근엄한 도덕 안에 꼭꼭 감춰져 있던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정과 욕망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시기다."

한문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온 고전학자인 안대회(사진)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조선 후기 다양한 인간 군상의 활력에 주목한 '한양의 도시인'(문학동네)을 펴냈다.

안 교수는 "정초부와 홍세태의 사례는 조선 후기에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문화 권력을 나눠 갖는 현상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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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패가 놀이하는 모습을 담은 작자 미상의 ‘풍속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학동네 제공

■ 안대회 교수 ‘한양의 도시인’

“18~19세기 조선은 근엄한 도덕 안에 꼭꼭 감춰져 있던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정과 욕망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시기다.”

한문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온 고전학자인 안대회(사진)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조선 후기 다양한 인간 군상의 활력에 주목한 ‘한양의 도시인’(문학동네)을 펴냈다. 욕망과 사랑, 취향이라는 렌즈로 한양을 들여다보는 책은 ‘돈 앞에 솔직’하고, ‘연애에 진심’이었던 당대인들이 관습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도회지를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먹방’과 ‘요리책’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음식에서 쾌락을 느끼는 욕망은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하지만 18세기 소비문화가 꽃을 피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과 일본에서 들어온 사치품이 상류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고양이·비둘기·금붕어 같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화도 처음 생겼다. 이런 상황 속에 미식 역시 ‘저급한 쾌락’이 아닌 ‘적극적으로 추구해도 좋은 감각’으로 받아들여졌다. ‘먹는 것 밝히는 세대’의 출현을 앞장서 이끈 건 심노숭이라는 선비였다. 그는 ‘근일에 시루떡 생각이 간절하였다’ ‘기름장을 둘러 불에 구운 산적은 몹시 즐기는 음식이다’ 같은 문장으로 음식 탐닉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와 함께 개인의 미식 체험을 넘어 다양한 음식에 관한 평론을 남겼고, 섬세한 미각으로 여러 지방의 음식 문화를 비교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빠져 있던 사대부 글의 관례를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조선 후기는 자유연애를 허용하지 않던 전통에 맞서 사랑의 정념이 분출한 시기이기도 하다. 18세기 한양에서 유행한 ‘승가(僧歌)’는 청춘남녀의 사랑 방정식을 보여준 애정 가사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명문 사대부 남성 남휘와 한 여승이 주고받은 글로 이뤄져 있다. 대부업으로 큰 부를 쌓은 남휘는 재력으로 여승을 유혹했다. 여승은 부인이 있던 남휘에게 “불문에 귀의한 처지에 첩이 되어 살지는 못하겠다”고 거절했으나 끝내 사랑을 받아들여 남휘와 부부가 됐다. 안 교수는 “‘승가’에 담긴 사랑은 뜨겁고 역동적”이라며 “은근하게 표현하거나 에둘러 넌지시 묘사하는 전통적 경향을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신분과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도 조선 후기 사회의 특징이었다. 정초부라는 이름의 노비는 맑고 담백한 한시를 지어 한양의 양반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홍세태처럼 노비 신분이었지만 글재주 하나로 문반 관료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도 있었다. 유달리 홍세태를 높이 평가한 영조는 그의 대표작 ‘만월대의 노래’를 “아주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안 교수는 “정초부와 홍세태의 사례는 조선 후기에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문화 권력을 나눠 갖는 현상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책은 경제적 여유를 갖춘 아전과 중인계급이 ‘여항문학’, 지식과 교양을 갖추고 있음에도 벼슬에 오르지 않고 한가하게 도시를 어슬렁거린 ‘똑똑한 백수 양반’ 등의 사례를 통해 욕망하는 도시 한양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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