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무장한 신상 맛집들의 모임 #용문시장 #영동전통시장 #정릉시장

서울문화사 2022. 12.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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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을 갖춘 힙스터 사장들이 번화가가 아닌 재래시장 안에 하나 둘 가게를 열고 MZ세대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광장시장, 금남시장, 망원시장, 서울중앙시장, 신흥시장, 영동전통시장, 용문시장, 정릉시장 등 총 8곳의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힙하고 재미있는 신상 맛집들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MARKET 06

#용문시장 1965년 터를 잡은 재래시장인 용문시장은 용산역 전자상가와 효창공원앞역 사이에 자리한다. 축산물과 수산물, 온갖 농산물과 반찬가게가 즐비한 이곳은 그야말로 용산구 주민들의 삶이 일어나는 터전으로, 최근 젊은 셰프들이 모이며 골목 상권이 형성됐다. 젊은 손님들이 유입되며 한층 생기를 더한 용문시장은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재래시장이다.

맛있는 코스 메뉴와 다양한 주류를 함께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곳.


엉금집 금융업계에서 10년을 종사한 정진욱 대표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결심을 했다. 세계를 여행하며 목수, 작가 등을 꿈꾸던 그는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평소 술을 즐기던 그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 마흔이 넘은 나이에 요리 공부를 시작한 그는 장인어른이 오랫동안 터전을 이루던 용문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처럼 긴 구조를 따라 바 테이블 10여 석이 자리한다.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정진욱 대표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 지은 ‘엉금집’은, 그가 삶의 여정에서 점 찍어둔 장면들을 모피프로 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발리 중식당 제육볶음’, ‘우에노시장 바지락수프’ 등 재미있는 이름을 따라 1시간 30분가량 이어지는 코스는 그야말로 장르 없는 만찬. 3만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국물과 볶음, 면 요리 등을 모두 맛보여주는 만큼 주류 주문은 필수다. 400여 가지나 되는 주류 리스트에는 한국 전통주와 중국의 백주, 일본의 사케와 맥주, 위스키, 하이볼과 칵테일까지 다양하니 애주가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35길 3(용문동)
평일 오후 7시~오후 10시 주말 오후 2시~오후 8시
010-2563-0129
100% 예약제로 운영



시장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와 매일 장을 봐서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


포이키친 한남동의 프렌치 레스토랑 수마린과 도산공원 토프의 헤드셰프 자리를 거친 차지민 셰프가 최근 용문시장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시장 외곽 좁은 골목길 사이 비밀의 공간처럼 존재하는 모던한 외관의 3층 건물이 시장의 풍경과 대비를 이룬다. 재료에 집중한다는 뜻의 ‘포이(FOI, Focus on Ingredient)’라는 이름에 걸맞게, 계절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숯불과 소스에만 집중한 요리와 사케 마리아주를 선보인다. 다진 닭고기와 오돌뼈, 청양고추를 뭉쳐 숯불에 굽고 타래 소스를 곁들인 ‘츠쿠네’, 숯불에 구운 고등어 또는 삼치를 맑은 국물과 면과 함께 먹는 ‘고등어’는 포이키친의 시그니처 메뉴. 다섯 코스 다이닝을 8만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시장이 가까운 만큼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있는 부경농산에서 들여온 과일을 디저트 메뉴로 드리면, 식사를 마치고 시장에 가서 과일을 구매하는 손님도 꽤 많아요. 시장 상인들은 지나가던 저를 불러세워 장바구니에 허브나 채소를 턱턱 얹어주시기도 하고요. 이런 정다운 분위기를 계속 지켜나가고 싶어요.” 재래시장만의 매력이 젊은 셰프와 손님 모두에게 통하는 셈이다.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 128-9(용문동)
오후 6시~오전 12시(일요일 휴무)
0507-1383-6399


MARKET 07

#영동전통시장 1970년대 강남에 형성된 유일한 전통 재래시장으로,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한다. 오랜 역사와 손맛의 전통 맛집,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상 맛집들이 공존한다. 강남권 직장인들에게 점심 혹은 회식 장소로 각광받아 낮부터 새벽까지 열기가 뜨거운 시장이다.

전통시장과 상생하고 공생하는 법을 터득한 오늘의 칵테일 바.



장생건강원 바 호퍼들에게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장생건강원은, 본래 영동시장을 20년째 지켜온 건강원을 칵테일 바로 근사하게 탈바꿈한 곳이다. 특급 호텔에서 근무한 오랜 경력의 국가대표 바텐더 서정현, 윤상엽 공동대표가 호텔 대신 재래시장을 찾은 이유는 오래도록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시장 상인들의 장인정신을 본받고 싶었기 때문. 건강원의 간판을 떼기 바로 직전, 이를 극적으로 살리기로 결심한 두 대표는 건강원에서 사용하는 약재를 가미한 건강한 칵테일을 비롯해 시장의 다양한 상인들과 협업해 메뉴를 개발하는 ‘마켓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냉면 칵테일, 떡볶이 칵테일, 삼계탕 칵테일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로 가득하며,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는 김밥 칵테일이다. 한양김밥과 컬래버레이션한 메뉴로, 김밥 속 재료를 기막히게 칵테일로 구현한 오묘한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 시장 상인들의 오랜 노하우와 젊은 바텐더의 신선한 감각이 만난 칵테일로 보는 재미, 마시는 재미를 모두 놓치지 말기를.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3(논현동)
오후 7시~오전 4시
070-7543-1077


MARKET 08

#정릉시장 정릉동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기찬 동네 장터이자 놀이터인 정릉시장은 1960년대 초 자리 잡아 2010년에 정식 시장으로 등록되었다. 졸졸 흐르는 정릉천을 따라 옹기종기 열리는 마을 장터 ‘개울장’이 주기적으로 펼쳐진다. 개울이 흐르고 한옥과 주택이 곳곳에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 정겨운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육점에서 바로 공급받은 신선한 고기로 만든 건강한 수제 소시지.


도이칠란드 박 정릉 토박이 박준영 대표가 문을 연 정통 수제 햄·소시지 전문점으로 오래된 한옥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시지 맛집이다. 정릉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정육점 ‘육곳간’을 운영하는 15년지기 친구로부터 도축 3일 이내의 신선한 고기를 공급받는 것이 남다른 맛의 비결. 대부분의 햄과 소시지는 돼지 뒷다리살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찾지 않는 비인기 부위지만 기름기가 적어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부위라고 한다. 바이스부어스트, 키에우바사, 베이컨 등 다양한 햄·소시지 종류를 비롯해 이를 이용한 잠봉뵈르 샌드위치, 키에우바사 소시지 플래터가 대표 메뉴.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한 풍부한 식감, 짜지 않은 건강한 맛의 소시지는 한입 베어 물면 누구라도 잊기 어려울 것. 맥주잔 둘레에 시나몬 슈거를 터프하게 묻혀 내주는 코젤 맥주도 시장 바이브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시 성북구 솔샘로6길 30-15(정릉동)
오전 11시~오후 10시(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오후 5시)
0507-1335-4532


에디터 : 〈리빙센스〉 편집부  |   사진 : 김덕창·정택·엄승재  |   일러스트레이터 :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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