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자유’는 자유로운가

김재태 편집위원 2022. 12. 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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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사랑은 꽤나 유별나다.

시사저널이 창간 당시부터 모토로 삼았던 '언론의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한다'는 문구 속의 뜻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언론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임 있게 묻고, 대통령이 그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으면 그 자체로 소통의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빤한 말이겠지만, 자유는 그 자유를 자주 발설한다고 해서 더 확대되거나 강화되는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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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사랑은 꽤나 유별나다. 가히 그의 최애 단어로 불릴 만하다. 대통령 취임식부터 유엔 총회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공식 석상에서 행한 여러 연설에서 이 자유라는 말은 수십 번씩 반복되어 나왔다. 심지어는 지난 10월에 개최된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까지 '자유' 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이날 '스포츠 활동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으로 기념사의 운을 뗐다. 이쯤 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공개 발언을 할 때마다 '자유'를 말하는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는 일이 일종의 미션 혹은 버릇이 되어버렸다는 우스갯말마저 공공연히 나온다.

그런데 그 자유의 한 축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가 최근 들어 이런저런 일들로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이른바 '윤석열차' 만화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사 주최 측에 경고 조치를 내려 한동안 논란을 빚더니, 최근에는 대통령실과 언론매체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 영향으로 '용산 시대'를 상징한다던 윤 대통령의 특별한 행사 하나가 급기야 멈춰 섰다. 기자실 근처에 가림막이 세워졌고, 대통령은 '헌법 수호'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며 집무실 바로 밖의 말문을 닫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혹은 약식 회견으로 불리는 이 도어스테핑을 두고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언론과 대통령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각별한 의미를 담아 이번 정부의 시그니처 행사처럼 열린 소통의 한 통로가 막힘으로써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놓을 말과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내놓을 말들의 교류가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배경에는 여러 갈등의 요소가 겹쳐 있다. 맨 먼저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이 있었고, 그와 연결되어 특정 언론매체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유례없는 언론탄압이라며 강하게 맞섰고, 최근에는 온라인 등을 통해 기자 개인을 공격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격해지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자주 말하는 자유에는 기자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공평하게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그 질문은 날카롭되 무책임하지는 않아야 한다. 시사저널이 창간 당시부터 모토로 삼았던 '언론의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한다'는 문구 속의 뜻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언론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임 있게 묻고, 대통령이 그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으면 그 자체로 소통의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그처럼 격의 없는 소통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때 자유도 함께 번성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빤한 말이겠지만, 자유는 그 자유를 자주 발설한다고 해서 더 확대되거나 강화되는 대상이 아니다. 언설 이상의 노력으로 책임 있게 실천하는 모습이 앞서야만 지속 가능한 자유도 가능해진다.

대통령의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을 듣고 보는 것은 국민에게 당연한 권리다. 그 권리를 실현케 할 상시적 소통 통로가 어떤 형태로든 하루빨리 열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취재 행위를 이유로 기자가 개인적인 위협을 당하는 일 또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헌법에 의해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순기능에 의해서 순조롭게 발현되어야 하고, 그 자유 앞에서 국가 지도자는 가장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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