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만년 최하위권'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

박상욱 기자 2022. 12.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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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60)
왜 그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나 (상)
2023 기후변화 대응지수, 한국 또 다시 최하위권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매우 저조함'
기후 정책 '저조함' 평가 받아
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보다도 낮아

아시아에서 발 빠르게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 국제적으로 '야심찬감축목표'를 세웠다고 평가받는 나라, 기후변화 최전선에 나선 IPCC의 의장을 배출한 나라, 세계사에 길이 남을 파리협정 당시 유엔을 이끈 사무총장의 나라. 어디일까요. 바로 한국입니다. 이것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해마다 발표되는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 평가에선 언제나 '세계 최하위권'을 면치 못 하는 나라, 여전히 '기후 악당' 오명을 못 벗은 나라 또한 대한민국입니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 한창 열리던 지난달, 2023 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기후변화 대응지수)가 발표됐습니다. 올해로 18번째를 맞는 CCPI는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 뉴 클라이밋 연구소가 평가, 발표하는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수입니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40%), 재생에너지(20%), 에너지 소비(20%), 기후 정책(20%) 총 4가지 요소를 종합합니다.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잘 하고 있는 나라부터 그렇지 않은 나라까지 쭉 줄을 세우죠. 우리나라의 종합점수 순위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60위. 세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우리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뿐입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1인당 배출량의 현재 변화 추세를 제외하곤 모든 부문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았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마찬가지로 현재의 변화 추세를 제외하곤 모두 '매우 저조함'이었고, 에너지 소비 역시 현재 변화 추세를 빼고선 모두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됐습니다. 국내 기후 정책과 대외 기후 정책으로 구분되는 기후 정책 평가 역시 모두 평가 점수가 낮았고요. CCPI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1년 12월 강화했지만,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 클라이밋 연구소가 밝힌 한국의 평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3 CCPI에서도 대한민국은 60위에 머무르며 성적이 매우 저조한 그룹에 들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개 주요 평가 부문에 걸쳐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은 2021년 12월, 새로 강화한 2030 NDC를 제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CPI 전문가들은 한국이 감축목표를 종전 26.3%로 40%로 상향한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30% 이상으로 높이고, 2030년까지 탈석탄을 마무리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기후 정책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CPI 전문가들은 각종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송전망 접속 문제 등이 한국 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방해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또한, 지금의 한국 전력시장이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더 유리한 구조로 짜여있고,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발전공기업이 계속해서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강조했다. CCPI 전문가들은 한국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종전 목표인 30%로 되돌릴 필요가 있으며, 30%를 넘어 목표를 더욱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새로 강화한 2030 NDC에서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과 산림 보호의 개선 내용을 포함시켰다. CCPI 전문가들은 한국 내 환경단체들이 나무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한국 산림청의 계획을 비판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단기적으로 한국내 화석연료 지원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22년 6월, 호주 바로사 해상 가스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마련에 나서는 등 단기적으로 한국의 천연가스 보조금과 해외 가스전 프로젝트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야 하는 만큼, CCPI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비판했고, 천연가스와 해와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평가를 뒤로하고, 1등부터 꼴등까지의 순위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COP27을 계기로 한국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내용, 앞서 2주간의 연재를 통해 상세히 설명해드렸습니다. 현시점에서의 탄소배출량 측면에서도 한국의 배출량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본 누적 배출량 측면에서도 우리가 뿜어낸 이산화탄소의 양은 '세계 17위'로 상위권이었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있어 '한국의 몫'은 결코 작지 않을 텐데,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한국의 의무' 역시 더욱 커질 것인데. 우리의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해마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는 중국조차 우리보다 CCPI 점수가 높습니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대륙 내 '신흥 주요 배출국'으로 꼽히는 인도는 무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시아 대륙에서 우리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카자흐스탄뿐입니다.

CCPI 점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중국과 인도는 어느덧 '글로벌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손꼽히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발전설비 추가량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죠.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2021년 기준 11.89t/명으로 일본(8.57t/명), 중국(8.05t/명), 인도(1.93t/명)는 물론 세계 평균(4.69t/명), 아시아 평균(4.62t/명), EU 27개국 평균(6.28t/명)보다 높습니다. 이처럼 정량적 지표에서 한국은 계속 밀려나고 있는데, 우리가 내세우는 것은 여전히 '정성적인 것'들 뿐입니다.

과연, 우리와 다른 아시아 국가는, 혹은 EU는 무엇이 다르기에 이처럼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지난 5~6월간 역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의로운 녹색 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간 유럽의 정책에 대해선 연재를 통해 자주 살펴봤었는데, 과연 시민 사회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시민의 생각이 정책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된 것일까요.

취임 첫 포부로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19년 유럽 그린 딜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녹색 전환에 나섰습니다. 이후 예기치 못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녹색 전환이 주춤해질 것이란 세간의 예측과 달리, EU는 RePower EU 정책으로 다시금 녹색 전환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전까지의 녹색 전환의 주목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꼽혔다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녹색 전환은 '에너지 안보'라는 목적도 띄게 됐죠.

과연, 녹색 전환을 대하는 유럽 시민들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우리 시민 사회의 생각은 어떨까요. 이 내용은 다음 주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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