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에 대한 새로운 제안[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14)

입력 2022. 12. 5. 07:36 수정 2022. 12. 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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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년 전에 입법해 내년 1월 1일에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최근 논란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은 금투세 유예를 놓고 입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고, 시간을 끌다가 긴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영향을 미치는 세법 개정안’(이런 법안들을 예산부수법안이라고 함)들은 국회 상임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12월 1일이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차가 여전해 본회의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긴급한 상황에서 금투세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여당의 안과도 야당의 대안과도 다른 방안이다. 조세원칙과 시장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고려한 대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세금도 어려운데 금융까지 합쳐지다니 요즘이야 그나마 화제라 금투세가 조금 알려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이 제도의 개편 방향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세금 제도는 너무 중요해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금투세도 마찬가지다. 금투세란 말 그대로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지금까진 금융투자소득엔 과세를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우선 그동안 금융투자소득이 굉장히 복잡하게,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게 과세해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주식, 채권, 보험, 외환, 펀드, 파생상품 등에 따라 조세체계가 각기 다르게 작동했다. 과거엔 상장주식 배당금엔 소득세를 물리고 거래세를 걷었지만,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보유자에게만 과세했다. 비상장주식과 해외주식은 또 다른 취급을 받았다. 채권은 이자소득세만 걷었다. 다양한 파생상품과 변액보험 등엔 조세체계가 더 복잡했다. 비슷한 투자행위인데도 어떤 건 과세하고, 어떤 것은 비과세하는 등 일관성도 없었다. 이런 것을 조세원칙에선 ‘중립성’에 어긋난다고 한다. 조세의 원칙 중에서 중립성이란 유사한 경제행위를 조세제도가 차별하지 않고 비슷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경제적 왜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조세체계는 조세원칙 중에 ‘단순성’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세금이란 당연히 어렵고 복잡한 제도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세금이야말로 마땅히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

금투세는 중립성과 단순성을 달성하는 중요한 개혁이다. 모든 금융투자소득을 차별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 일관된 과세체계로 바꾸는 개혁이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명시된 금투세의 짧은 정의인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는 문장이 이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금투세가 주로 논의된 배경은 조세의 중립성, 단순성 등의 취지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과세하지 않던 소득을 이 시점에 과세하는 것이 적절할까,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에 다른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적절할까 등이었다. 핵심 쟁점은 주식을 거래해서 얻는 차익, 즉 주식양도소득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금융투자의 대상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12월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식양도소득은 그동안 대부분 과세하지 않았다. 과세 대상은 오로지 소득세법의 시행령으로 정의된 ‘대주주’였는데, 이 대주주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었다. 2000년 이전만 해도 한 종목당 100억원 이상(또는 한 회사의 지분율 3% 이상) 보유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소득을 얻더라도 과세하지 않았다. 이 기준이 조금씩 완화돼 2020년 개정 세법에 의하면 종목당 10억원 이상(또는 지분율 1%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과세했다. 이렇게 엄연히 소득이 있는데도 제대로 과세하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자본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였을 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투자 유인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금투세 점진 도입해야 2020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도입된 금투세는 애당초 시행을 2년 유예했다. 당장 도입하기엔 너무 큰 변화였기 때문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정치권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했다. 소득세를 거두는 대신에 거래세를 낮추는 조치였고, 실제론 양도소득세가 시행되기 전부터 거래세를 낮춰왔다. 여기까지는 2020년 12월 지금의 여야 정치권이 모두 합의한 사항이었다.

2020년 12월 여야 간 합의는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균열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26일엔 증권거래세를 폐지한다고 발표하더니, 정확히 한 달 뒤엔 “주식양도세 폐지”란 7글자 공약을 발표했다. 앞뒤가 안 맞는 발표였지만, 종합하면 주식양도소득세의 범위를 넓히는 금투세를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집권 뒤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주식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금투세를 2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줄곧 ‘금투세 예정대로 도입’이 당론이고, 증권거래세를 지속적으로 낮춰 거의 폐지되는 수순으로 간다는 입장이었다. 증권거래세를 시원하게 폐지한다고 밝히지 못한 이유는 주식거래에 증권거래세와 동시에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농특세로 거두는 세원이 농촌 지역에 투입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 없이 증권거래세 자체를 폐지할 순 없었다. 주식거래에 왜 농특세를 거두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이 제도 역시 역사와 경로의 산물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농산물 수입이 개방되면서 수혜를 입는 산업 부문의 이익으로 농업에 보상한 조치가 농특세였다.

민주당의 입장도 변화가 있었다. 이재명 대표가 11월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처음 ‘유예’의 운을 띄웠다. 내부 반발이 있었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조건부 유예로 입장을 선회했다. 조건이란 정부의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종목당 100억원으로)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현 0.23%(농특세 포함)에서 0.15%로 낮추자는 내용이었다. 정부여당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의는 교착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합의 없이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필자는 주식양도소득세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되 증권거래세를 인하하지 말고,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 중요 세목으로 놔두자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증권거래세가 과거보다 중요 세목으로 자리 잡았고, 조세저항도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자본시장에서 여러 순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획재정부 열린재정을 보면 증권거래세(농특세 제외)는 2014년 3.1조원에서 2016년 4.5조원, 2018년 6.2조원, 2020년 8.8조원, 2021년 10.3조원으로 급증한다. 증권거래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2015년 1.9조원에서 2018년 2.2조원, 2020년 3.6조원, 2021년엔 5조원이 넘게 걷혔다. 증권거래로만 걷히는 세금이 한해 15조원이 훌쩍 넘는 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주식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더니, 코로나19 시기의 주식시장 호황세에 힘입어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그에 반해 금투세 도입으로 얻게 되는 신규 세수입의 규모는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4조원의 세수 증가가 예측됐다. 한해에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증권거래세의 반대급부론 너무 적은 규모다. 따라서 금투세와 증권거래세는 둘 중에 하나만 살려선 안 되고, 굳이 그래야 한다면 증권거래세를 살려야 한다.



증권거래세를 살리자 물론 증권거래세도 여러 비판을 받는다. 개미투자자들에 대한 과도한 과세가 아니냐, 양도소득세도 걷게 되면 이중과세라는 등의 비판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유가증권시장엔 증권거래세율이 0.08%이고, 농특세가 0.15%로 합치면 0.23%다. 한해에 주식거래량이 10억원이면 세금을 230만원, 1억원 거래하면 23만원을 내는 셈이다. 증권사들의 거래수수료(0.1~0.198%)도 증권거래세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이중과세란 지적은 세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세금은 소득에도, 거래에도, 소유에도 부과될 수 있다. 같은 소득에 대해 이쪽 정부와 저쪽 정부가 두 번 과세하면 이중과세이나, 한 주체의 소득과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은 이중과세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이중과세이고, 부동산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도 이중과세가 된다. 오히려 증권거래세는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과세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증권거래세가 없다면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에서 번 소득에 대한 세금을 본국에만 내게 된다. 게다가 초단타매매가 빈번해지면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취약해진다.

금투세는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지만, 아예 걷지 않던 것을 5000만원 이상의 소득부터 걷겠다면 급격한 변화다. 금투세를 최저임금처럼 시행할 필요는 없다. 주식시장에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이들이 1%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을 결정하는 이들이 바로 그 1%이고, 이들의 결정은 전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론은 매일매일 시황의 이유를 찾길 원한다. 만일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한다면 내년부터 주식시장이 안 좋아질 때마다 금투세가 회자될 것이다. 그렇게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과연 금투세가 유지될 수 있을까.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당연한 원칙도 절대적이진 않다. 부동산의 경우 2년 이상 보유한 12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도해 얻은 양도소득에 과세하지 않는다. 12억원 이상의 주택이어도 장기보유하면 80%나 공제한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대부분 과세하지 않는다. 소득세의 수많은 비과세, 감면 항목도 수많은 면세자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당연한 원칙이라도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진보가 유능해지려면 세금에 보다 전략적이고도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명한 주장만으로 조세의 원칙이 달성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수가 줄어 복지국가는 멀어지고, 조세저항으로 조세제도가 개악되기 쉽다. 따라서 금투세는 공제금액을 현행 5000만원보다 늘린 다음 점진적으로 과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대신에 증권거래세는 이미 인하된 현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느리지만 더 빨리 가는 조세개혁의 방향이다.

윤형중 LAB2050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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