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는 ‘인간’ 예수…50년 명성대로 지저스!

정혁준 2022. 12.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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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하 <수퍼스타> )는 반세기가 지났지만 살아남은 뮤지컬이다.

그런데도 50년이 넘게 이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겐 성경의 파격적인 해석을 보여줬기에 그랬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에겐 예수의 보편적인 사랑을 드러냈기에 그랬을 것이다.

뮤지컬은 예수와 유다가 이끌어간다.

인간적인 예수를 사랑하며 갈등하는 유다는 혁명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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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7년만에 귀환…파격적 무대 명불허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제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는 반세기가 지났지만 살아남은 뮤지컬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남긴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가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사실 <수퍼스타>가 막을 올렸을 때 이렇게 오래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겐 종교색이 강한 뮤지컬처럼 다가와 매력적이지 않았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에겐 이 뮤지컬은 신성모독처럼 다가왔기에 그랬다.

그런데도 50년이 넘게 이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겐 성경의 파격적인 해석을 보여줬기에 그랬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에겐 예수의 보편적인 사랑을 드러냈기에 그랬을 것이다.

<수퍼스타>는 등장인물을 성서적 관점이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의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이 때문에 이 뮤지컬은 어느 한 시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통용되는 이야기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제공

뮤지컬은 예수와 유다가 이끌어간다. 죽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예수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구원만 요구하는 군중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3년 동안 복음을 전파해온 예수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되지만 군중에 둘러싸여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고뇌와 분노, 두려움에 휩싸인다. 홀로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하나님에게 “내가 왜 죽어야 하나, 내 죽음의 의미를 알려달라”고 절규하며 노래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예수로 다가온다.

인간적인 예수를 사랑하며 갈등하는 유다는 혁명가로 나온다. 유다는 예수의 뜻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추종자들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다 예수가 감옥에 갇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그를 밀고한다. 성경과는 다른 파격적인 해석이다.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유다가 아니라 처음엔 예수를 찬양하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 그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추종자들이었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군중 심리를 꼬집는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사진. 블루스테이지 제공

이들은 어떤 장면에선 예수에게 한없이 열광하지만, 한순간 차갑게 돌아서고 그토록 추앙하던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친다. 성난 군중의 외침은 망설이던 총독 빌라도마저 두려워하게 만들고 결국 십자가형을 지시하게 한다.

이처럼 뮤지컬은 종교적인 시각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각 캐릭터가 느끼는 고뇌, 두려움, 사랑 등 인간적인 감정에 초점을 두고 극을 이끌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구원의 의미를 고뇌하는 이상적인 예수와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려는 현실적인 유다의 갈등도 드러난다.

<수퍼스타>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명곡 덕이다. <수퍼스타>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성스루 뮤지컬’로, 강렬한 록부터 블루스, 찬송가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절규에 가까운 샤우팅을 들을 수 있는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와 마리아의 ‘그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 등 여러 명곡을 들을 수 있다.

파격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만 부활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유다가 커튼콜에서 부활한 듯 뮤지컬 가수로 나와 코러스걸과 함께 록 음악을 들려준다.

무대는 불안정하고 비대칭적인 모습이다. ‘곧 무너질 듯한 성전의 형태’가 무대 콘셉트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기울어진 기둥 사이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통해 인간의 갈라진 내면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개막한 <수퍼스타>는 50주년 기념이자 2015년 이후 7년 만의 한국어 공연이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에서 내년 1월15일까지 이어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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