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기회발전특구, 선도적 기획 필요하다

강영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투자산업발전 특별위원장 2022. 12.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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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원숭이가 있다. 원숭이는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와 함께 인간과 가깝다고 배웠다.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남방의 인간 원숭이라는 뜻이다. 인간 원숭이는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고 학교에서 배워왔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적, 이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원숭이 X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이를 흥얼거렸다.

이렇게 원숭이는 우리에게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이기도, 백두산이기도 했다. 그런데 학교 교육의 영향이었을까? 우리의 이성은 원숭이를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로 이끄는 사고의 길을 주로 걷는다. 물리적 사고의 길. 기승전결의 논리적 사고가 지배한다. 그러는 사이에 백두산으로의 길은 사라진다. 원숭이 X구멍으로부터 시각, 미각을 넘어 공감각적 체험 속에 다양한 이미지로 확장되는 화학적 사고는 사라진다. 특히나 정책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혁신과 창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새로운 사고를 요구받지만, 이미 틀에 짜인 사고에 젖어 있는 터라, 창의나 혁신 또한 또 하나의 '논리적 틀찾기'로 전락하기 일쑤다.

내게 인수위 기획운영실장으로서의 2개월은 물리적 사고의 한계와 화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제대로 체감한 시간이다. 두 과제가 놓여있었다. 대통령이 약속한 지방자치단체별 7대 공약을 점검하는 일과 새 정부의 지역관련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일.

우선 7대 지역공약을 오랜 기간 들여다보며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이들 공약을 다 지키면 지역은 살지 모르겠지만, 국가는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 그렇기에 정부, 특히나 기획재정부는 강하게 반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14개 지자체별 공약이 거의 똑같다는 느낌. 사회간접자본사업에 교통인프라, 미래 산업기반, 문화·관광사업,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다소의 민원성 사업 등.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큰 메뉴판은 지자체가 거의 같다. 결국 사람의 생각은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정부부처는 시간 끌기 아니면, 지자체의 정치력에 좌우되어 추진되는 경우가 태반사인 듯하다.

그래서 지역공약도 공약이지만 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관련한 철학과 국정과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기회발전특구다. 이는 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주도성과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서 기업의 지방이전이 핵심이다. 즉 지자체 스스로가 특화산업과 해당 부지를 선정하고 인력양성체계와 함께 규제프리계획을 디자인하는 발전전략이다. 이를 정부와 협의가 되면 법인세 외에 양도세, 상속세 등 전례 없는 세제특례가 적용된다.

이것이 제대로 되려면 지자체 자신의 기획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존 방식의 특구운영대로라면 지자체는 정부에서 법령이나 지침으로 마련한 것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이라 하더라도 정부에서 기획하고 지자체가 대응하는 수동적 기획이 대부분이었다. 기회발전특구가 되려면 지자체는 창의적·혁신적 정책 활동을 수행하는 경영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내에 지방투자산업발전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필자가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관계부처 실무국장과 국책연구기관, 기업이전 및 산업발전 관련 주요기관, 학계 전문가 등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기회발전특구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주도적인 기획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팀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은, 세종은, 충남 등 충청권은 어떤 준비상황인지, 어떤 기회발전특구를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다. 충청권이 선도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백두산을 넘어서는 길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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