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림의 월가프리뷰]격동의 2023년을 기다리며 침체 대피처 찾는다

신기림 기자 2022. 1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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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의 내부 객장 트레이더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으로 내년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헬스케어부터 금까지 잠재적 도피처를 물색중이다.

지난주 나온 11월 고용보고서에서 당장 미 경제에 가해진 하방 압력은 줄었지만 최근 몇 주 사이 월가 은행들은 내년 부정적 전망을 쏟아 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JP모간, 씨티, 블랙록은 내년 침체 확률을 상당히 높게 잡고 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부터 주택시장의 급격한 둔화, 침체 전조로 해석되는 국채수익률 역전까지 최소한 내년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의 이유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침체는 주식시장에 악재고 올해 증시 급락 역시 경기 둔화의 정도를 이미 반영했다. 금융정보업체 CFRA리서치에 따르면 뉴욕 증시 간판 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올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최대 25.2%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침체기 동안 평균 낙폭 28%과 비슷했다. S&P500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올해 14.6% 내렸다.

이에 월가에서 많은 이들이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하기로 유명한 시장으로 자산 배분을 확대하고 있다고 로이터은 전했다.

크레셋캐피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침체가 오고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사이클과 무관하게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애블린 CIO는 미국에서 내년 약한 침체와 이에 따른 연준의 완화를 예상했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내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제변동에 덜 민감한 수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헬스케어주를 추천했다. S&P500의 헬스케어주는 올들어 1.7% 올랐는데 전체 증시보다 훨씬 낙폭이 작다. 또 블랙록은 에너지와 금융주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침체가 예언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정책을 과잉긴축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볼 때 주식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주가)이 향후 예상되는 피해를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도 내년 "약한 침체"를 전망하며 S&P500이 올해 1분기 기록했던 저점을 시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균 이상의 밸류에이션과 매파적(긴축적) 연준으로 미국 주식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투자매력이 떨어진다고 JP모간은 지적하며 다른 선진국 가운데 영국을 톱픽으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는 내년 미국 주식이 전반적으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금값은 떨어지는 달러에 힘입어 최대 20%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과 같은 원자재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데다 달러가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이 커진다.

씨티그룹은 침체 공포와 기업실적 부진으로 내년 미국 주식이 나빠질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랠리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으로 여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중국의 비중을 확대하며 중국에서 강력한 방역이 풀리고 침체에 빠진 부동산을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4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4%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반등해 내년 말 이익 성장률은 9.9%에 달할 것이라고 레피니티브는 전망했다.

하지만 월가에서 모두가 침체를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예상보다 덜 긴축할 것이라는 희망을 키우며 S&P500은 10월 저점에서 크게 반등했다.

UBS의 루카스 카와 자산배분 전략가는 주가에 이미 침체 위험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카와 전략가는 올해 뉴욕 증시를 짓눌렀던 변수들 가운데 중국과 유럽의 성장 약세가 내년 반전돼 증시를 지지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의 역풍이 2023년의 순풍으로 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나티시스투자관리의 가렛 멜슨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미 경제가 이른바 '연착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높은 금리가 소비자들의 지출을 완전히 짓누르지 않으며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소형주가 이미 침체를 가격에 반영했다고 내년을 낙관했다. 소형주가 모인 러셀지수는 올해 16% 떨어졌다. 멜슨 전략가는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컨선서스 속에서 시장이 다소 중앙에서 다소 비켜 나가 있는 것 같다"며 "연착륙을 향한 경로는 현재 컨선서스에 비해 아마 더 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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