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검단 왕릉뷰 아파트 1억원대 전세 등장… 함정은?

신유진 기자 2022. 12. 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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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이자 내드릴게요"… '귀하신 몸' 세입자 모시기 전쟁] (3)거래 끊겨 매도 호가 '들쭉날쭉'

[편집자주]속절없는 전셋값 폭락에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2년 전 체결했던 고액의 보증금을 지키기는커녕 폭락한 금액만큼 전세금 중 적잖은 금액을 세입자에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도 모자라 매달 일정액을 세입자에 줘야 하는 역월세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규 입주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몇 달 새 전세 시세가 30~40% 이상 폭락했고 그마저도 세입자를 구하기도 힘들다. 3~4년 전 분양 당시만 해도 고액의 전세 보증금을 통해 손쉬운 갭투자를 노렸던 집주인들은 입주 시점에 날벼락을 맞았다. 심지어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까지 기대했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져 혹을 붙인 셈이 됐다. 콧대가 높아진 세입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기사 게재 순서
(1) 전셋값 폭락 시대… 공포에 떠는 갭투자자
(2) [르포] 5개월새 전세 '15억→6억'… 이것이 헬(Hell)
(3) [르포] 검단 왕릉뷰 아파트 1억원대 전세 등장… 함정은?


"초조한 집주인들은 싼 값에 매물을 올리고 우위에 올라선 세입자들은 더 싼 매물만 찾죠.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전세는 2억원대면 구할 수 있어요."(인천 검단신도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왕릉뷰' 아파트로 논란이 됐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대단지(로제비앙라포레·예미지트리플에듀·디에트르에듀포레힐) 대다수가 입주를 시작했지만 정작 시장엔 싼 값의 전세 매물만 쌓이고 있다. 금리 인상과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공급폭탄까지 겹치면서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집주인들의 세입자 구하기는 말 그대로 '난제'가 됐다.

지난 11월29일 인천 서구 원당동.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단지들은 1층 상가 일부만 중개업소 등이 입점했을 뿐 대부분 공실이었다. 상가 앞엔 매매나 임대를 구하는 전단지만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아파트들도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세 세일'에 돌입했다. 전세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입자를 받아 매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매물만 쌓이면서 1억원대 전세 물건도 등장했다.

검단신도시가 매매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과 한 달새 10% 이상 떨어지는 등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사진=신유진 기자


융자 낀 아파트 전세 1억원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2억8000만원(3층)에 거래됐던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로제비앙라포레' 84㎡ 전세 호가는 현재 2억3000만~2억4000만원 선이다. 최근엔 융자를 낀 같은 면적 전세 물건이 1억8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인근에 있는 '예미지트리플에듀' 76㎡ 전세는 지난 11월 2억6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넉 달 전인 지난 7월 2억9000만원(13층·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00만원 낮아진 셈이다. 현재 같은 면적 전세 매물은 이보다 1000만원 낮은 2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 10월 2억7000만원 선에 계약됐던 84㎡ 전세는 11월 들어 2억원 아래(1억9000만원·11층)로도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8월 입주한 1540가구 규모의 '검단신도시푸르지오더베뉴' 84㎡ 전세 매물은 3억원에 나와 있다. 올 1월 전세 거래가격이 4억1000만원(22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억1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융자없는 84㎡ 2억원 초중반이면 계약 가능


검단신도시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최근엔 다소 늘었다. 원당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84㎡를 기준으로 2억원 초중반이면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다"며 "2억원 미만 매물은 대부분 융자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융자가 끼어있어 세입자가 후순위인 경우 나중에 경매로 넘어가면 복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다"며 "진짜 급한 세입자가 아니라면 대체로 이런 전세 매물은 선뜻 계약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융자가 끼어 있어 가격이 낮은 매물을 올리면 문의가 많이 오는 건 사실이지만 가급적 이런 집을 권하진 않는다"며 "융자가 없는 84㎡ 전세 매물도 지금은 2억원 초중반이면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매매가격도 단기 급락… 거래끊겨 매도 호가 '들쭉날쭉'


검단신도시 역시 매매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과 한 달새 10% 이상 떨어지는 등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검단신도시예미지트리플에듀' 98㎡의 경우 지난 10월 5억5852만원(20층)에 매매 거래됐으나 11월엔 4억9462만원(15층)에 팔리며 5억원 선이 무너졌다.
물론 매매거래도 끊긴 상태다.
검단신도시푸르지오더베뉴의 경우 올 들어 단 두 건만 매매가 이뤄졌다. 그나마 3월 이후엔 아예 매매거래가 올스톱됐다. 이처럼 거래가 중단되면서 시세 역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가도 들쭉날쭉이다. 이 아파트 84㎡ 매도 호가는 6억8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인천 일대 '깡통전세' 주의보


매매가 하락만큼 전셋값 낙폭도 커지면서 검단신도시뿐 아니라 신규공급이 많았던 인천 일대에 '깡통전세' 주의보가 켜졌다. 깡통전세는 해당 물건이 경매처분될 때 자칫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되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융자를 낀 전세의 경우 후순위로 밀려 사실상 방어가 안되는 등 손실 위험이 크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선 '깡통전세' 사건으로 세입자들이 한겨울에 보증금 한 푼 못 돌려받은 채 내쫓길 위기에 처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입자들이 거주한 전세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갔고 실제 낙찰로 이어지면서 잇따라 소유권이 넘어갔다.

올 12월에는 연내 가장 많은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이미 최악의 역전세난이 예고된 상태다. 수도권의 경우 전년(1만5577가구) 대비 18%가량 많은 1만839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3100가구로 전국적으로 두 번째 많은 물량이 몰려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새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내놓은 매물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경매 진행 가능성을 고려해 위험 매물인지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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