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통해 국제 검찰 공조 새로운 시대 기대” [차 한잔 나누며]

박진영 입력 2022. 12. 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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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규 前 국제검사협회장
“IAP회장 3년 동안 영예롭고 보람
언론인 범죄 대응 가이드라인 및
연수원 트레이닝센터 유치 성과
검경 등 글로벌 협력 채널 참여
국내 마약 범죄 해결책 될 수도”
마약 등 초국가적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제 형사사법 공조가 중요하다. 황철규(58·사법연수원 19기) 전 국제검사협회(IAP·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osecutors) 회장은 170여개 회원국 30만 검사들의 유일한 국제기구 수장으로 그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올해 9월 말 IAP 연례 총회에서 ‘검사 국제 공조 플랫폼(PICP)’ 출범을 끝으로 3년 임기를 성공리에 마쳤다.
황철규 전 국제검사협회(IAP) 회장이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 많은 국가의 검찰이 한국 검찰과 긴밀한 교류를 희망한다”며 한국 검찰의 국제적 위상을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의실에서 만난 황 전 회장은 “전 세계 검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예롭고 보람 있었다”며 “PICP 구축은 임기 중 최대 주력 사업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PICP는 IAP의 견고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검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각국 검찰의 국제 업무 담당 검사 연락처 등 최신 데이터베이스를 보강 중입니다. 내년부터 국제 검찰 공조의 새로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IAP는 1995년 유엔 후원 아래 출범했다. 한국은 이듬해 가입했다. 대검찰청이 기관 회원이라 전국 검사 2146명(현원 기준)이 모두 IAP 소속이다. 황 전 회장은 IAP 집행위원과 부회장도 지냈다.

황 전 회장은 2020년 유네스코(UNESCO)와 함께 ‘언론인 대상 범죄 대응 관련 검사 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검사들 교육과 훈련을 위한 세계 첫 ‘IAP 트레이닝 센터’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들어서는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가이드라인은 올해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온·오프라인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센터가 조만간 준공되면 IAP와 법무연수원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못내 아쉬운 점도 있다. IAP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개설했던 동유럽·중앙아시아 담당 지역 사무소를 반년도 안 돼 폐쇄해야 했다.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탓이다.

“국제 공조를 위해 업무 수요가 많은 지역별로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범죄자들은 멀리 도망가지 않습니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향후 10년 내 지역 사무소를 순차적으로 설치하고자 했어요.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1호 지역 사무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 검찰의 반발이 거셌지만 IAP는 국제 형사 정의 실현을 위한 국제기구로서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황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미국 CNN과 영국 BBC방송을 챙겨보며 국제 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함께 움직였다”며 “2020년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국 수장과 간부, 그 가족들에게 금융 제재와 출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 IAP 회장 명의로 미 법무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는데 ‘나도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건 “위기에 처한 전 세계 검사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IAP의 중요한 업무로 확고히 뿌리내린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IAP 사무국에 본인과 가족들의 생명에 심대한 위협을 느낀다며 도와 달라는 아프간 검사들 연락이 쇄도했어요. IAP는 유관 국제기구, 미국·캐나다·서유럽 일부 국가들과 협력해 아프간 검사와 가족들 탈출을 도왔습니다.”

황 전 회장은 최근 심각한 국내 마약 범죄 대응을 두고는 “양자 간 또는 다자간 국제 협력 채널에 검찰, 경찰 등 법 집행기관들이 모두 참여해 입체적 공조를 위해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산하에 초국가 범죄 대응 관련 장관급 회의(AMMTC)와 국장급 회의(SOMTC)가 있는데, 검경 등이 한 팀을 이뤄 참여하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얘기다.

황 전 회장은 지난 10월 말 약 30년의 검사 생활도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에게 자신의 지향점인 ‘공정과 정의, 신뢰와 통합’을 당부하면서 “지식재산권, 공정 거래, 금융 범죄 등을 파고들어 보면 국내 법제와 사례, 수사 기법만 봐서 해결되는 게 없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면 국제화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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