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집값에 발목 잡힌 반지하 매입·바우처… “중장기플랜 필요” [심층기획]
SH 반지하 주택 매입 공고부터 혼란
준공 30년 한정·가구 전체 동의 요구
2022년 1000가구 매입 목표 세웠지만
고가 매도·주거지 개발 기대에 난항
지상층 이주 가구 지원 현실성 낮아
“반지하 보증금으로 원룸이나 가능”
“침수 후에도 주택 거래 여전히 활발
공공임대 확대 정책 꾸준히 이어야”
곰팡이가 핀 채 방치된 반지하 주택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반지하 주택이 8월 침수피해로 벽면에 곰팡이가 핀 채 방치돼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안심동행주택 1호로 정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착수했다. 안승진 기자 |
◆서울시 반지하 매입 계획… 시작부터 난항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10월2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민간 반지하 주택 매입 신청을 받았다. 기존 반지하 주택을 활용해 임대주택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반지하 매입은 공고 단계부터 혼란을 빚었다. 지난 10월7일 SH의 매입 공고에는 준공 이후 30년 이내 반지하 건물을 대상으로 매입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하층이 3분의 2 이상이라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30년이 넘은 주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SH는 건령 기준을 삭제해 수정 공고를 냈다.
SH의 당초 계획은 반지하 건물을 통매입해 신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층에 거주하는 가구까지 매입 동의를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결국 전체 세대 중 절반 이상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수정됐다. 반지하 가구가 동의해도 지상층 가구가 비싼 가격을 제시할 경우 매입 자체가 힘든 문제는 여전했다. 서울 내 저층주거지 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을 기대하는 반지하 주택 소유주도 적지 않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서울 집값… 반지하 바우처 등 실효성 있나
서울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접수 중인 반지하 특정바우처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 8월 집중호우 당시 반지하 거주자 중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321만원 이하) 가구여야 하고 주거급여, 청년월세 수급자,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 14년째 거주 중인 박모(56)씨는 “월 20만원으로 지상층 빌라로 이주는 원룸이나 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박씨는 “방이 2개 이상인 반지하 전세라도 서울에서는 2억원을 훌쩍 넘는 게 현실인데 인근에 지상층으로 옮기려면 1억원이 넘는 추가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월 20만원을 2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취약계층일수록 교통이 좋은 곳을 선호하고 어르신들은 공동체 생활권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반지하를 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반지하 가구를 인근 지역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매입전세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사이 서울의 반지하 주택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중개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내 반지하 주택 등록 건수는 4894건으로 전년 같은 달(4758건)보다 136건이 늘었다. 서울 집중호우 이전인 지난 7월 5028건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약 20만호로 추정된다. 전문가는 이들을 지상층으로 끌어올리려면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의 30% 수준인 5조7000억원을 삭감해 제출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서울에 한해 공급하는 주택 수가 5만호라면 이 중 공공임대는 1만호 수준에 불과하다”며 “20만 반지하 주택 중 침수위험이 있는 곳은 10만호에 육박할 텐데 이들을 공공임대로 모두 보내려면 약 10년이 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반지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반지하 밀집 지역에서의 정비 사업을 서두르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정책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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