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이어 남미 덮친 최악 AI...“12월 이후 더 심해질 수도”

이병철 기자 2022. 12.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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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英 AI 피해 역대급...남미 확산 조짐
한국에는 지난 10월 상륙
철새, 기온따라 12월 이후 더 심해질 수도
울산축협 공동방제단이 지난 11월 2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11월 15일 울주군 태화강변에서 수거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로 확인돼 위험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 세계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금류 농장을 폐쇄하거나 가축을 살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I는 매년 겨울 유행하는 계절성 인수공통감염병으로 큰 피해를 줘왔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고병원성 AI가 확산하고 있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에서도 확진 사례가 최근 보고됐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AI가 상륙하며 방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12월이 되면서 철새가 한국으로 들어 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AI 확산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올해 2월 오리 농장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AI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가금류가 5270만마리를 넘어섰다. 이전까지 가장 살처분이 많았던 2015년 5050만마리를 뛰어넘는 수치다. 확산 범위도 넓어 미국 전역의 닭과 칠면조 농장을 중심으로 전체 50개주 중 46개주에서 AI가 퍼진 상황이다.

CDC를 비롯해 각국 방역기관에서는 올해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AI 바이러스를 ‘H5N1′형으로 지목하고 있다. H5N1형 바이러스는 1997년 처음으로 사람에 감염된 AI 바이러스다. 다른 변이형보다 전파력과 병원성이 강해 고위험성 AI 바이러스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15년 H5N1형 변이의 ‘재분류(Reassortment)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재분류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섞여 만들어져 이전보다 전파력과 병원성이 높아진다.

유럽에서도 최대 규모로 AI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올해에만 50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AI로 살처분됐다. 특히 영국에서는 지난 1년 동안 AI가 200건 이상 발생해 전체 칠면조 농장의 40%에서 살처분이 이뤄졌다. 영국 방역당국은 지난 11월 7일부터 AI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가금류 농장에 대해 방목을 금지하고 물가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도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두 곳의 농장에서 AI 감염이 추가로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조류인플루엔자가 이전보다 빠른 시기에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방역당국이 대비에 나서고 있다. 야생조류에서는 지난 10월 10일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고, 농장에서는 지난 10월 17일 경북 예천 오리농장에서 처음 발견됐다. 계절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매년 발생하지만, 가금농장에서 10월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올해 유행하는 AI 바이러스는 다른 때와 달리 오리에게 치명적이고 병원성도 강하는 특징도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6일 전국에서 세 번째로 충북 진천 오리농장 감염이 확인되자 살처분 대상을 확대해 대응하고 있다. 당초 AI가 발생한 농장 반경 500m 내 모든 가금류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가, 오리 감염이 확인되면 반경 1㎞ 내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바꾼 것이다.

살처분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소독을 강화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AI 발생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에서 AI 바이러스의 항원이 검출되며 정밀 검사를 실시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올해 국내의 AI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를 철새가 평소보다 빠르게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정훈 농림식품본부 방역정책국장은 1일 온라인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11월까지 겨울 철새 143만마리가 한국을 찾았고 이는 작년보다 17% 많은 수치”라며 “국내 AI 유입 원인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철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에서 AI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12월과 1월에는 더 많은 철새가 한국을 찾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방역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작년과 재작년의 사례를 살펴보면 12~1월 사이에 연간 AI 발생의 66%가 발생한다”며 “AI 확산을 대비해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비상 상황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더 크게 확산하더라도 대응할 방법은 방역조치와 살처분 뿐이다. 한국에서도 2016~2017년 AI로 전국 농장에서 약 4000만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AI를 예방하는 백신도 일부 개발됐으나, 현재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분변, 침 등을 통해 바이러스 배출이 일어나 감염을 완벽히 막지 못한다”며 “특히 이번 AI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오리는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해 백신의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도 AI에 대응 방법으로 백신 접종이 아닌 살처분을 제시하고 있다. 송 교수는 “AI는 전파 범위가 산발적이고 살처분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며 “다만 돼지 구제역처럼 살처분으로는 확산을 막을 수 없을 때는 백신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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