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금리, 어떻게 예측할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2. 12. 5.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ed, 내년 ‘방향 전환’ 시사…시기가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2023년 토끼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호부터 경기·금리·주가·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시나리오인 둘째 주제인 금리 예측 방법을 다루고 Fed가 언제 피벗을 단행할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한 나라의 금리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주요 투자은행들이 그동안 세계 각국의 통화 정책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널리 알려져 있다. 테일러 준칙은 적정 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엄격히 따진다면 사전에 적정 금리를 추정하는 방법보다 사후 검증 지표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목표에서 차이가 나면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고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산출 방식에서 잘 나타난다. 테일러 준칙은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 반응 계수(중앙은행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량 수치를 말한다)를 곱한다.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에 잠재 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 반응 계수를 곱한 후 이를 모두 더해 구한다. 어빙 피셔 공식에 따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것과 비교해 현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고 앞으로 금리 변경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금리는 경제 실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적정 수준보다 현재 금리가 낮으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반대로 현재 금리가 적정 수준에 비해 높으면 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지난해 8월 이전처럼 우리의 기준금리가 0.5%인 상황에서 성장률이 4%,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로 예상되면 금리를 내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더라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적정 금리 수준이 6%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 도입 시 경제 건실해져

앞으로 금리 예측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매 분기 경제 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과 필요하다면 2∼3년 동안 기준금리 결정 방향까지 내놓는 방침을 말한다. 이 제도가 처음 나왔을 때 제안자인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의 이름을 따 ‘버냉키의 만용’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깊고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어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속속 받아들이거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른 제도와 구별되는 점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맨큐 경제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이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제도로 이해된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한 신흥국 중앙은행도 필요한 제도다.

앞으로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각국 경제가 더 견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여지는 크게 제한돼 있다.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고 유동성 조절 정책도 잠복된 인플레이션 우려로 추가적인 양적 완화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Fed와 한국은행이 가장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가 실시되면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강화돼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돈이 실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고민해 왔던 아킬레스건이 풀리는 셈이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큰 시대에서는 이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만큼 학계에서 보이는 관심도 높다. 금융 위기 이후 통화 정책 시차가 얼마나 짧아졌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앞으로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을 예고한다는 것은 케인스언의 통화 정책 전달 경로(transmission mechanism : 통화량 조절→금리 변경→총수요 영향→성장률 결정)상의 시차가 약 9개월 정도라는 것을 각국 중앙은행이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시장에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Fed, 내년에는 ‘피벗’을 할 수 있을까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와 관련해 지난 3월 이후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려 왔던 Fed가 갑작스럽게 방향 전환(pivot)을 시사함에 따라 내년에는 언제 피벗을 단행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까지 강한 매파 성향으로 일관했던 Fed가 피벗을 시사한 것은 첫 금리 인상 때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다. 작년 4월 소비자 물가(CPI) 상승률이 ‘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높게 나왔는 데도 Fed는 ‘일시적’이라고 오판하고 인플레이션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만을 잡기 위해 볼커 모멤텀으로 대처해 왔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것도 피벗 시사 요인이다. Fed가 경기 예측 기법으로 가장 신뢰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그 격차도 70bp(1bp=0.01%포인트, 2년물과 10년물 기준) 이상 벌어졌다. 1970년 이후 미국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보면 최근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예외 없이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정책적으로도 Fed가 인플레만을 잡기 위해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 1년 전부터 강달러 유도를 통한 인플레 수출책은 다른 국가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중간 선거 이후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 당을 차지함에 따라 미국 재무부의 바이 백(buy back)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벗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알려져 있다. 피벗 시사 이후 굳어진 최고 금리 5%(현재 4%)를 토대로 추진 경로를 예상해 보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는 0.5%포인트, 내년 1월과 3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올리는 시나리오다. 구체화 여부는 12월 회의에서 발표될 점도표에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플레 지표 추이 (자료 : 블룸버그, 한국은행)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의 금리 인상 어록을 감안하면 당장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날로 악화하는 미국 국채 시장의 신용 경색을 푸는 직접적인 방안이 못 된다. 이 때문에 양적 긴축(QT)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피벗의 차선책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통화 정책 추진 여건이 다른 데도 미국식 볼커 모템텀을 추진했던 한국은행도 피벗을 추진해야 한다. 작년 8월 이후 1년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금리를 무려 2.75%로 올렸는데도 지난 10월 CPI 상승률은 5.7%로 오히려 더 올랐다. 공급측 요인이 강한 여건에서 주로 총수요 대책인 금리 인상은 인플레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자 이탈 방지 목적도 빗나갔다. 지난 9월 Fed 회의 이후 한·미 간 금리가 1%포인트 역전됐는데도 외국인 자금이 무려 5조원 이상 들어왔다. 가계 부채를 줄여 금융 건전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젊은 세대,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 취약 계층을 거리로 내몰면서 극단적 선택 등 사회 병리 현상을 급증시켰다.
    
한국은행은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지 모르지만 국민으로서는 인플레뿐만 아니라 경기·고용 등 모든 면에 안정돼야 한다. 경기·금리·인플레 간 트릴레마 국면에 놓여 있는 한국은행의 보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