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두자

2022. 12. 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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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이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발표했다.

킬리만자로산과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999년 조용필에게 감사하다며 그를 초대한 일이 있다.

이전까지 늘 자신의 노래를 수록했던 그는 창작의 한계를 느끼고 여러 작곡가를 찾아가 노래를 받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정풍송에게 받은 '허공', 나머지가 김희갑·양인자 부부에게 받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그 겨울의 찻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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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수록된 조용필 8집 음반.

가왕 조용필이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세렝게티처럼’이 눈길을 끈다. 1985년 발표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떠올리게 해서다. 킬리만자로산과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999년 조용필에게 감사하다며 그를 초대한 일이 있다. 때마침 예능인 네명이 킬리만자로산을 등반하는 TV프로그램이 방영돼 인기를 끈다. 절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37년 전에 나온 노래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것을 보면 ‘인간의 운명은 변화한다’고 설명한 <역경(易經)>의 원리처럼 노래 운명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이 노래는 한국가요 100년사에서 유례없는 사연이 있다.

먼저 곡이 담긴 조용필 8집 음반엔 그의 자작곡이 하나도 없다. 이전까지 늘 자신의 노래를 수록했던 그는 창작의 한계를 느끼고 여러 작곡가를 찾아가 노래를 받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정풍송에게 받은 ‘허공’, 나머지가 김희갑·양인자 부부에게 받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그 겨울의 찻집’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노래 길이와 특이한 구성 때문에 음반에 실리지 않을 뻔했지만 운명처럼 살아남았고 오늘날 전설의 노래가 됐다.

노랫말은 양인자가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맹수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빗대 썼다. 어린 시절 문학소녀였던 양인자는 신춘문예에 여러차례 도전했지만 낙방했고 선배 드라마 작가 김수현 소개로 김희갑을 만나 작사가로 데뷔했다. 양인자는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하려고 간절히 노력했던 경험의 깨달음을 이렇게 적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조용필은 녹음할 때 긴 내레이션 때문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노래 길이가 5분20초인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 관행은 3분 내외 노래만 앨범에 실렸다. 그렇다보니 레코드사 직원이 앨범 수록을 거부하고 말았다. 양측의 실랑이가 이어지자 결국 레코드사 사장이 조용필의 노래라면 시도해보자고 결정하면서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거장의 귀환을 축하하며 조용필의 꾸준한 활동을 기대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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