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의미 없는 후렴구 아니다… ‘소리’의 고어”

김여진 2022. 12.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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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맞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아리랑 유래 연구의 실마리를 풀 문헌이 새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40여년간 아리랑을 연구해 온 김연갑 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아라리를 한자로 표기한 자료는 이들 문헌이 최초로 아리랑 역사에서 획기적 발굴"이라며 "19세기 말∼20세기 초 같은 시기에 활동한 두 지식인이 '아라리'를 같은 한자로 표기하고 있는만큼 이 시기 이전부터 뜻을 가진 어휘로 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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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아라리’ 한자 표기 최초 발견
아리랑 유래·어원 연구 전환점
“후렴 아닌 곡명 정착 가능성
정선아리랑 정통성 확보 강화”
▲ 왼쪽부터 아라리를 한자로 표기한 삼도탐요 일부. 붉은 색 원 안에 아라리 한자 표기가 선명하다. ‘음아어이오’가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부분 일부. 아라리를 설명하는 한시가 실린 책 ‘해동죽지’ 표지.

아리랑이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맞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아리랑 유래 연구의 실마리를 풀 문헌이 새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아리랑연합회는 ‘아라리’를 같은 한자로 표기한 동시대 문헌 2건을 최초로 발굴, 본지에 보내왔다. ‘아라리’를 한자로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문헌들이다. 의미없는 후렴구로 여겨졌던 ‘아라리’가 고대부터 ‘노래’, ‘소리’를 이르는 뜻을 가진 어휘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학계에서 어원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아리랑’ 3음절이 아닌 ‘아라리’라는 용어에서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40여년간 아리랑을 연구해 온 김연갑 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아라리를 한자로 표기한 자료는 이들 문헌이 최초로 아리랑 역사에서 획기적 발굴”이라며 “19세기 말∼20세기 초 같은 시기에 활동한 두 지식인이 ‘아라리’를 같은 한자로 표기하고 있는만큼 이 시기 이전부터 뜻을 가진 어휘로 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문헌은 대종교를 세운 하상역(1859-1916)이 1912년 펴낸 ‘삼도탐요(三道探要)’와 1921년 조선말 문신이자 당대 최고의 서예가 최영년(1856-1935)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다.

먼저 ‘해동죽지’는 최영년이 역사적 사건과 민간에 전승되는 놀이, 세시풍속 등을 시로 표현한 책이다.

아라리. 이 책에 나오는 시의 제목이다. 번역하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이 노래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퍼져 부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소리가 슬픈 원망조이고, 뜻이 음란하고 가락은 낮고 슬프며 여운이 없다. 이 음악은 대개 말세의 음악으로 지금도 불리는데 ‘아라리타령’이라고 한다”고 돼 있다.

‘아라리’를 구체적인 곡명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아라리’가 ‘아리랑’이라는 말이 조어되기 이전의 용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다른 문헌 ‘삼도탐요’는 대종교의 영가무도(詠歌舞跳)를 대중화하기 위해 펴낸 책이다. 김일부에게 이어받은 정역사상과 영가무도(詠歌舞跳) 대중화에 힘쓴 하상역이 썼다. 책의 첫 표제부터 ‘아라리’로 삼아 영가무도의 ‘음악’과 ‘노래’를 설명하고 있다. 영가무도 음악에서는 우리나라 5음을 상징하는 ‘음아어이오’가 현대 아리랑의 ‘아라리’ 후렴처럼 반복되고 있다.

단군조선·기자조선의 연대기 ‘단기고사’에도 “노인은 영가(詠歌)하고 아이는 무도(舞蹈)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영가무도’가 고대의 전통 심신수련법이라는 무용계 연구 등을 고려하면 당시 고대 음악의 후렴구인 ‘음아어이오’가 ‘아라리’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라리’가 유래 깊은 고어(古語)임을 추정할 수 있는 지점이다.

또 ‘벙어리’, ‘옹알이(옹+아리), ‘메아리’의 단어에서도 ‘아리’가 ‘소리’, ‘노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고어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아리랑’에 대해서는 개인적 노래에서 17세기 집단 노동요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ㅇ’이 첨가되며 나온 용어라고 설명, “이 3음이 원래의 어원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문헌에 나온 ‘아라리’ 기록을 종합하면 ‘아라리’는 노래나 소리의 뜻을 가진 의미있는 어휘라는 점, 후렴 뿐 아니라 곡명으로 정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그냥 하는 말, 강원도 방언 정도로 치부했던 ‘아라리’라는 말이 실제로는 영가무도를 비롯한 고대 음악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정선지역 분들이 아라리를 이어온만큼 정선이 명실상부 유서깊은 아리랑의 고향이라는 정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리랑연구회는 오는 23일 서울에서 ‘아리랑의 역사, 그리고 어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갖고 이번 문헌 발굴의 의미를 심층 분석한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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