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지역에서 청년이 문화로 일을 한다는 것

국제신문 2022. 12.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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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을 거점으로 문화기획을 시작한 지 7년. 어느덧 중견 기획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세월을 특정 지역에 집중하고 몰두했다. 청소년으로 함께 시작했던 사람이 청년이 되고 군대를 가야할 나이가 된 세월이다.

대도시이거나 도심지가 아닌 곳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청년들이 버티고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끌어주거나 도와주는 선배는 기대하지도 않았고 있지도 않았다. 홀로 기관을 찾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무시와 홀대를 이겨냈다. 기대와 격려를 받으며 힘을 내기도 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홀로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근거이자 바탕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임의단체, 비영리민간단체, 주식회사를 거쳐 예비 사회적 기업까지 성장해왔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또는 예술인들에게 든든한 동료가, 선배가, 파트너가 되고 싶었기에 폐업신고를 하고 싶은 순간들을 버티며 살아왔다. 쉽지 않은 지역 문화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었다.

처음에 고령화가 심화된 마을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을에서 활동과 사업을 한다는 것은 떨어져서 보면 아름답고 성과도 확실하지만 너무 힘들고 많은 것을 소진해야 하는 일인데 청년이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청년들과 함께 마을 주민들의 문을 두드릴 때 반가워해 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많은 주민들이 경계 태세를 보이거나 거부했었다. 어디서 왔느냐? 또 도시재생사업에서 왔느냐?고 물으면서 다시는 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 많았다. 특정 사업이나 정책 사업이 처음에는 주민들을 위해서 다 해줄 것처럼 하다가 결국은 이용만 하는 경험에 생채기를 입은 주민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그래도 청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거부하던 주민들을 한 번 더 찾아가고 또 찾아갔으며 간식도 함께 먹고 수다도 떨며 조금씩 벽을 허물어 갔다. 또한, 마음을 먼저 열었던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그들의 주변 사람을 우리의 조력자로, 동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중 첫 번째는 주민들을 우리 사업이나 활동에만 활용하는 부속품이 아니라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는 주체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는 하고 싶은 것들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기획자로서 나의 방침이다. 많은 청년들이 문화기획을 하면서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나와 청년들은 지역에서, 마을에서 주민들과 대소사를 나누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결속력을 다지면서 문화가 있는 날 지역콘텐츠특성화사업 등 큰 사업부터 소소한 마을 잔치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 몇 년 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 수요조사를 했을 때,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불편한 점이라고 나온 결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서로를 필요로 했고 그 바람이 맞아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으며 대규모의 정책 사업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또한, 이런 관계는 행사, 프로그램, 회의 때만 만나고 일상은 함께 하지 않는 관계를 넘어서 이제는 일상까지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관계가 되었다.

얼마 전,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 지역 문화를 위해 청소년 때 봉사를 시작해 팀원이 된 청년이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청년은 올초에 입대할 예정했으나 진행하던 문화예술축제와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입대도 연기하며 마을을 위해 일했다. 이제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이웃,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항상 말한다. 일의 대상으로만 삼거나 보지 말고 진심으로 대하면 진정성은 언젠가는 통하고 알아주게 되어 있다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문화로 활동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진심이 필요하고 진심이 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입대 직전까지 지역문화를 위해 불태우고 떠나는, 그리고 더욱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지역 청년의 무사 귀환을 응원하고 바라본다.

김태유 청년문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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