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이재명의 한명숙 사건 소환

문병주 입력 2022. 12. 5. 00:40 수정 2022. 12. 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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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소환했다. 전방위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을 과거 한 전 총리의 입장과 나란히 하면서 검찰을 저격했다. 지난달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서 “한명숙 사건 같이, 없는 사건을 만들어 덮어씌우는 방식의 새로운 국가폭력범죄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표적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수사하는, 기소를 위해 수사를 하는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한 전 총리는 있지도 않은 범죄로 기소되고 복역한 검찰의 희생양인가.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만장일치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로부터 2007년 현금 1억5000만원, 미화 5만 달러, 수표 1억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13명 모두 인정했다. 현금 3억3000만원과 미화 27만7500달러를 추가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8명이 유죄라고 봤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 대법원의 판단력을 흐린 사건이다. 또한 판결의 결정적 근거였던 1억원짜리 수표는 검찰이 위조한 증거가 된다. 이 돈은 한 전 총리가 받아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검사들을 과대평가했다.

25일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유튜브 캡처]

대법원에서조차 인정한 혐의를 검찰의 덮어씌우기로 보는 이 대표가 되돌아볼 자신의 사건도 있다. “정말로 지옥서 되돌아온 듯하다”고 소회한 2020년 7월 16일의 일이다. 자신의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지시한 바 없다”고 말한 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된다면 도지사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대선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의 대표 자리도 불가능했을 일이다.

「 “없는 사건 덮어씌우나” 검찰 비판
대법원의 유죄 판결은 거론 안 해
살아온 궤적과 범죄 혐의 큰 차이

이 선고 역시 전원합의체의 판단이었다. 다만 한 전 총리 사건처럼 만장일치 결론이 난 부분은 없었다. 과거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전력이 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여했다.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팽팽한 심리가 진행됐다. 연차가 낮은 대법관부터 의견을 개진하는 전원합의체의 심리 진행 방식에 따라 10명의 대법관 의견이 5대5로 맞선 상황에서 최고참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거기에 김 대법원장이 가세하면서 7대 5의 의견으로 이 대표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이 대표는 자신이 받은 선고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 것일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군다나 권 전 대법관이 누구인가. 이 대표 재판을 전후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8차례 만났고, 퇴임 직후에는 화천대유로부터 10개월 동안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화천대유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김씨 등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다. 관련 인사들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 측에 사업 로비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위해 김씨가 이 대표의 무죄를 끌어내기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했다는 ‘재판거래 의혹’이 뚱딴지같은 소리라 치부하긴 어렵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기 위해 판사·검사·변호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등록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했다.

이런 모순을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소환한 건 범민주당 차원의 방어가 절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오랜 사회운동과 김대중 정부(여성부 장관), 노무현 정부(환경부 장관, 국무총리)에서의 지위 때문에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대모로 통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나 대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그를 보호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판결을 다시 해 달라는 정상적인 법적 절차, 즉 재심 청구 대신 검찰의 수사만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까지 진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물론 지난 8월 대법원이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수사할 때 회유 문제가 나와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사들이 시달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와 삶의 궤적은 물론 수사 대상이 된 혐의의 차이가 너무 큰 이 대표가 이런 비호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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