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75] 흑마술에 대하여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2. 12.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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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가 죽었으면 좋겠다’ ‘비행기 추락하기를 비나이다’. 이런 저주(詛呪)가 좀 더 심화되어 방법론과 체계성을 갖추면 흑마술(黑魔術, Black Magic)로 간다. 블랙을 이야기하려다 보니까 영국의 그룹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검은 안식일)’가 생각난다. 강한 금속성 소리를 내는 헤비메탈. 1970-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이 음악 장르도 흑마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헤비메탈의 창시자 격에 해당하는 그룹이 ‘블랙 사바스’다. 주로 검은 옷을 즐겨 입는 특징이 있다. 헤비메탈 그룹이 대부분 검정 패션을 선호한다. 긴머리를 늘어뜨리고 팔찌, 목걸이, 벨트와 같은 금속성 장신구를 착용한다. 이러한 복장과 장신구는 흑마술의 영향이다. 비기독교적인 맥락을 가진 주술사, 영능력자를 유럽에서는 흑마술의 범주로 규정하였는데, 그 뿌리를 소급해 들어가면 켈트 종교와 연결된다. 아일랜드와 웨일스 지역은 기독교에 쫒겨간 켈트족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영국에 이런 흑마술적 분위기를 풍기는 헤비메탈이 출현한 배경이다. 말하자면 유럽의 무속신앙에 기반하고 있다.

조선시대 흑마술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형에다가 바늘이나 칼을 찌르는 방법이다. 궁중 암투를 그린 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하는 장면이다. 동기감응(同氣感應)에 해당한다. 저주의 대상과 그 인형을 얼마나 일체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체화는 흑마술을 진행하는 주술사의 염력과 정신 집중력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티벳의 밀라레파(1052~1135)가 원한 맺힌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흑마술을 사용한 사례가 유명하다. 흑마술로 정신세계의 거대한 전갈을 불러내었고, 이 괴물 전갈이 건물 기둥을 무너뜨려 수십명을 몰살시켰다고 전해진다.

필자가 근래에 직접 들은 흑마술의 사례는 새끼를 밴 암고양이 시체를 저주하는 상대방 집의 현관 앞에 놓아 둔 경우이다. 새끼를 밴 상태의 암고양이 머리를 벽돌로 찍어 죽인 모습. 피 묻은 벽돌은 바로 옆에 있고. 일부러 보라고 그 자리에 둔 것이다. 고양이 옆에는 썩은 고등어 5마리가 놓여 있었고, 생선 내장도 널려 있었다.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흰 떡과 오색 종이 그리고 쓰레기도 같이 놓여 있었다. 집주인이 새벽에 문 열고 나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면 그때 집주인의 혼(에너지)을 빼가기 위한 흑마술이었다. 다행히 집주인은 요가의 고단자였으므로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비닐 봉투에 담아 치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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