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98] 테오그니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2022. 12. 5. 00:05
제우스도, 비를 뿌려도 뿌리지 않아도
모두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
자신이 달라붙어 있는 돌들과 비슷해지는
형체 없는 말미잘의 방식을 받아들여라
너 자신의 색깔을 시간과 기회에 맞추어라
(…)사멸하는 인간 모두는 과오로
더럽혀져 있다. 퀴르노스여.(…)
혹독한 고난이 네게 닥쳤는지 보이지 말라
왜냐하면 고통의 무게를 보인다면
위기의 너를 도와줄 자 없으리다(…)
정신 맑은 사람들 속에
술 취한 것은 세련되지 못한 일.
술자리에서
정신이 맑은 것도 세련되지 못한 일.
-테오그니스 (기원전 570~485년경)
(김남우 옮김)
테오그니스(Theognis)는 기원전 6세기에 활동한 그리스의 시인. 그가 사랑하는 소년 퀴르노스에게 바친 교훈시에는 현대인도 새겨들을 만한 격언이 많다. 너의 고통을 남에게 알리지 마라. 도와주기는커녕 사람들은 위태로운 너를 멀리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속은 어찌 이리 비슷한지.
귀족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그의 어떤 가르침은 씁쓸했다. “이전에 뛰어난 자들은 지금은 천민이 되었다” “재산이 피를 섞는다”는 절묘한 구절. “내가 원하는 것은 재산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뒤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적은 재산으로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시인.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살았을까. 자신은 실패했기에 제자에게 그토록 처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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