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표는 뒷돈 아니다"…벤츠 여검사 '나비효과'[그해 오늘]

한광범 입력 2022. 12.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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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벤츠 여검사 긴급체포…수년간 경제적 지원
"청탁받은 건 맞지만 금품수수 내연관계 차원" 결론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처벌' 김영란법 입법 속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1년 12월 5일 새벽. 불과 보름여 전까지 검사였던 30대 여성 이모씨가 서울 자택에서긴급체포돼 부산지검으로 압송됐다.

혐의는 알선수뢰였다. 검사 시절 지위를 이용해 다른 검사의 사건 처리 대가로 내연관계였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최모(당시 40대)씨에게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소위 ‘벤츠 여검사’로 불렸던 전직 검사 이모씨가 2012년 1월 27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씨는 검사 임용 전 변호사 시절인 2007년께부터 최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검사 재직 기간 동안에도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변호사 시절부터 최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최씨가 임대료를 내는 아파트에서 거주했고 최씨로부터 현금이나 카드를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보석이나 명품 등 고가의 선물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최씨의 복잡한 여자관계로 갈등이 생기자 최씨는 이씨에게 ‘사랑의 정표’라며 2008년 2월부터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니게 했다. 그리고 2009년 4월부터 벤츠 승용차는 이씨가 나홀로 사용했다. 이씨는 2010년 5월부터 최씨 법무법인 명의 신용카드를 제공받아 명품을 사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부산·창원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던 최씨는 2010년경부터 부동산 사업 동업자와 갈등을 겪으며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2010년 5월 동업자 A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에게 법무법인 신용카드를 제공할 무렵이었다.

‘동업자 고소건 신속처리 부탁해달라’ 청탁받아

동업자 고소 사건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느낀 최씨는 2010년 9월 이씨에게 A씨 고소 사실을 알려주고 A씨 인적사항과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줬다. 그리고 2010년 10월 초 이씨가 고소사건에 진행상황에 대해 다시 물었고 최씨는 “사건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이씨는 “담당 검사가 내 임관 동기니까 알아봐 주겠다”고 밝히자, 최씨는 “사건 알아봐 주려면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 빨리 처리하도록 말 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씨는 한 달 후에도 비슷한 부탁을 다시 이씨에게 전했다.

실제 이씨는 사건 주임검사에게 “사건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최씨의 계속된 부탁엔 “뜻대로 전달했다. 영장청구도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 “담당검사한테 말해뒀다”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또 추가 고소를 결심한 최씨에게 고소장 접수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틀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후 하루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알선수뢰가 아닌 알선수재를 적용했다. 다른 검사 사건 처리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검사 지위를 이용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이 6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이씨는 구속됐다.

‘벤츠 여검사’ 이모씨의 내연남이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최모씨는 또 다른 내연녀를 감금·폭행한 혐의 등으로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같은 달 23일 이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씨가 최씨로부터 A씨 고소사실을 들은 시점부터 사용한 법인카드 이용금액과 차량 이용료 합계 5591만원을 ‘재산상 이익’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씨는 “내연관계였던 최씨가 이전에 해오던 대로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하고 사랑의 증표로서 벤츠를 준 것일 뿐”이라며 “알선 대가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1심, 기소 5주만에 ‘징역 3년 선고’→2심서 파기

1심 재판부는 기소 5주 만인 이듬해 1월 27일 이씨의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462만원 추징하고 최씨로부터 받은 핸드백 등에 대한 몰수도 명령했다. 다만 임신상태였던 이씨의 보석신청을 허가했던 1심 재판부는 같은 사유를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은 “수수한 이익에 알선행위 대가 외에 내연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 명목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알선행위 대가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다”이라며 “이씨도 단순히 내연의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을 넘어 청탁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1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2012년 12월 이씨가 받은 금품과 청탁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금품 교부 시점과 청탁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고 청탁 이전과 이후로 경제적 지원이 늘지 않았다”며 “동료 검사에게 한 전화도 내연관계에 있던 최씨를 위해 호의로 한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년 3개월의 심리 끝에 2015년 3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씨에 대한 2심 무죄 판결로 공직자 등의 직무상 관련이 없는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취임초부터 공직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해 입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렸다. 정부안이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이듬해 9월 시행됐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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