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외로이 임종하는 두려움 [죽음이 삶이 되려면]

입력 2022. 12.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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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민 10명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현실. 그러나 연명의료기술의 발달은 죽음 앞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외롭지 않은 임종을 부탁한 영국 말기환자
1인 가구 급증, 우리도 고독사 비율 급증
일본이나 영국의 관련문제 대응 주목해야
ⓒ게티이미지뱅크

호스피스 제도 연구를 위해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호스피스 전담 의사가 말기 환자의 집에 왕진하러 가는 것을 동행한 적이 있었다. 금요일 오전 의사가 직접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환자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소형 아파트 8층인 환자의 집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오랫동안 눌렀지만 안에선 반응이 없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둔 터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이 열렸다.

큰 소리로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고 거실로 들어서니, 50대 후반의 남성이 거실에 놓인 낡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환자는 3년 전 구강암으로 진단되어 수술과 방사선, 항암제 치료를 받아오다가 최근 말기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겨우 화장실에 갈 정도의 기력만 남아 있었지만, 자기 집에서 머무르며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사와 의사가 번갈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돕고 있었다.

의사가 나를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혼자 사는 이유를 설명했다. 간병에 지친 부인이 집을 나갔고, 지금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일주일에 두 번 식료품 가게에서 우유와 주스 등 유동식을 구해 냉장고를 채워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투병 이야기와 가정사를 듣는 가운데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떠나려 하자, 환자는 황급히 잡으며 마지막 소원이 있다며 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의사가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지금은 혼자 아파트에서 투병할 수 있겠지만,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임종하는 것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임종이 가까웠다고 판단되면 호스피스 병실에 입원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의사는 그렇게 하겠다고 환자를 안심시켰다.

2020년 정부 기관에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임종 때 가족이나 지인이 함께하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86.9%였다. 그러나 2021년 기준 1인 가구는 716만 가구이고,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2015년도의 27.2%에 비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집에서 혼자 사망하고, 사망 후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고독사 문제와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고독사한 분들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일이 사업화할 정도로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되었고, 우리나라도 유품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고독사가 주로 독거노인의 문제였으나, 최근에는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히 50~60대 남성에게 많다.

병원에도 보호자 없이 혼자 외래진료실을 찾는 말기 환자가 점점 더 늘고 있다. 홀로 와서 암과 같은 난치병 진단을 통보받고 치료의 부작용을 견디는 일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마지막 말기 통보는 가족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하고 싶으나, "함께 올 사람이 없습니다. 저한테 말해주세요" 하는 환자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현대사회에서 1인 가구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인데, 이들이 질병 등으로 간병이 필요할 때 가족들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의료개호일괄법을 통해 이런 환자들에게 지역별로 의료와 개호(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포괄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아직도 가족이 병구완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벌써 연말이다. 올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 법제화 주장은 요란했지만, 영국이나 일본처럼 환자의 집에서도 의료와 간병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정착되지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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