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단판전 결과는 모르는 것... 우린 잃을 것 없어"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만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은 6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4일 알라얀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16강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상대할 브라질도 장단점이 있다. 브라질전은 단판전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길 수 있다. 결과는 모르는 것"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이어 "우리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이기기 위해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승리에 대한 의지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뛰려는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한국이 16강전에서 상대하는 브라질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강호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도 한국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 이후 단 이틀을 준비하고 브라질을 만나야 한다. 브라질은 일찌감치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 최종 3차전에서 주전들을 대거 빼며 체력을 비축했다.
반면 한국은 포르투갈전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나폴리)를 비롯해 포르투갈전 득점에 성공한 김영권(울산), 황희찬(울버햄튼)의 몸 상태도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벤투 감독은 "아직 선발 명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상의 선수단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전술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도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브라질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72시간으로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신체적으로 피로감이 있어서 전날 선수단 전체가 하루 휴식을 취하고, 오늘 아침에만 훈련을 했다. 반면 브라질은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고 체력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브라질은 우승을 넘볼 수 있는 강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준비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않지만 FIFA 결정이라면 이해하고 수용해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주축들이 체력을 아낀 가운데 에이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달 25일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지난 2경기에 뛰지 않고 재활과 치료에 집중했다.
벤투 감독은 "네이마르의 출전을 선호한다고 말하면 그건 위선이다. 네이마르가 안 나오길 바란다. 네이마르가 경기에 나올 만한 조건이 된다면 치치 브라질 감독이 출전을 결정할 것"이라며 "(나도)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의 전략을 들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가득한 브라질과 상대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벤투호는 지난 6월 서울에서 펼쳐진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1-5로 대패를 당하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바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6월 평가전과 16강전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준비하겠다. 지금까지 해왔듯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브라질이 쉽지 않은 상대지만 한국이 이변을 연출, 8강에 진출하면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이다. 한국은 2002년 안방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바 있다.
원대한 목표가 눈앞에 있지만 벤투 감독은 "어디까지 올라갈지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눈앞에 다가온 브라질전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결과를 내야 한다"고 브라질전만 바라봤다.
앞서 당한 퇴장 징계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 본 벤투 감독은 브라질을 상대로는 정상적으로 팀을 지휘할 수 있다.
다시 벤치로 돌아온 벤투 감독은 "비록 선수단과 거리가 있었지만 경기장에 함께 있었고 경기력과 결과에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스러웠다"고 포르투갈전을 돌아봤다.
알라얀 =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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