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더 참기 힘든 과민성 방광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입력 2022. 12. 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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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최 모씨는 화장실 걱정에 외출이 두렵다.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고 한번 소변 마렵다 생각이 되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다. 여행은 커녕 가족들과 가까운 산책이라도 나가려면, 화장실 위치까지 신경써야해서 집에서만 생활한지 오래다.

최씨가 앓고 있는 과민성 방광은 소변을 보관하는 방광이 예민해져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말한다. 소변 마려움을 참기 힘들고, 2시간 이내 간격으로 자주 소변을 보며, 밤에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깨거나, 화장실에 가다가 참지 못하고 실수하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방광의 노화, 만성질환으로 방광 내 모세혈관과 근육이 손상되면서 방광이 과민해지는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배뇨 시 자꾸 힘을 주다보면 과민해질 수 있다. 뇌경색, 뇌출혈, 척추질환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민성 방광은 여성에서 더 흔하다. 해부학적으로 남성은 소변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전립선이라는 구조물이 있지만, 여성은 전립선이 없고 요도 길이도 짧다. 여성의 경우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혀서 배뇨가 불편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소변을 저장하는 단계의 증상, 즉 방광염은 더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잦은 방광염은 과민성 방광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 비대증이 생기면 하부 요로 폐색 증상으로 인해 과민성 방광 증상이 감춰져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립선 수술로 폐색을 해결한 후 과민성 방광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상당수 있다.

과민성 방광의 대표적인 증상은 요절박이다. 요절박은 소변이 갑자기 마렵고, 이를 참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자주 화장실을 가는 빈뇨, 밤에 자다가도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 증상이 동반되고, 심한 경우는 화장실에 가기 전에 소변을 지리는 절박요실금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외출이 어렵고, 대중교통도 기피하게 된다. 야간뇨도 환자들에게는 매우 힘든데, 자주 깨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져 심하면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수시로 생기는 갑작스러운 요의 때문에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추워진 날씨에 맞춰 체온을 유지하고자 하는 몸의 항상성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는 땀으로 체온을 낮춰주는데, 겨울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없어지면서 소변량이 늘게 된다. 또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심박수가 늘어나며 체온을 높여주는데, 골반 근육도 함께 긴장하게 된다. 편안한 배뇨를 위해서는 방광의 배뇨근과 요도 괄약근이 조화롭게 수축과 이완을 해야 하는데, 골반근육이 긴장하면 배뇨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검사 과정은 이렇다. 일반요검사, 요배양검사, 고령인 경우 요세포검사 등을 통해 요로감염 및 종양 등 타질환을 감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배뇨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요류속도검사와 배뇨일지를 작성하게 된다.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 단위로 배뇨 간격과 배뇨량을 늘려보는 방광훈련법 △골반 근육을 단련시킴으로써 증상을 호전시키고자 하는 케겔 운동 △방광에 자극이 되는 음식들을 피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생활습관교정이 기본이 된다. 또한 방광을 이완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약물(항콜린제·베타3-아드레날린 작용제)을 통해 증상 조절을 하게 되는데, 증상 정도에 따라 좀 더 적극적, 침습적인 치료로 방광 보톡스 주입, 천추신경 조절술, 확대방광성형술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노화에 의해서 생기는 과민성 방광은 절대 창피한 질환이 아니다. 우리 건강이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심각한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고 부수적으로 우울증, 사회에서의 고립, 외부활동 저하로 인한 근위축, 밤에 잦은 화장실을 찾다가 낙상에 의한 골절 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과민성 방광은 숨기지 말고 비뇨의힉과 전문의와 신뢰와 끈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치료를 이어나가야 한다. 노화에 의한 자연현상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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