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안태진 감독 "유해진의 왕 분장, 사진 찍어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다녔다" [인터뷰M]

김경희 2022. 12. 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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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로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볼만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안태진 감독을 만났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의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은 '왕의 남자' 이후 무려 17년 만에 유해진과 함께 다시 사극 세트가 있는 부안을 찾아 같은 세트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현장을 변화시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올빼미'에서는 유해진, 류준열, 최무성, 김성철, 조성하 등 그야말로 연기력 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배우들이 포진해 사정없이 관객의 멱살을 끌고 갔다.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를 물어보자 안태진 감독은 "이렇게 잘 할거 같아서"라며 여유 있는 답을 했다.

안태진 감독은 "한 명 한 명이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캐스팅했지만 저도 사실 어떤 얼굴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배우들이 분장하고 의상 입고 난 뒤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잘 어울려서 사진으로 찍어 놓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유해진이 왕 분장을 하니까 이렇게 나오더라며 저도 놀랬던 기억이 있다."라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왕 역할에 캐스팅된 유해진의 이야기를 했다.

색다른 왕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던 안태진 감독은 "염려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해보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위험할 수 있지만 다르긴 하겠다, 그게 목표이기도 했다."라며 유해진을 캐스팅하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회상했다.

안태진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도 인조는 기존의 왕과 조금은 다른 인간적인 약점이 드러나 길 원했다. 인조와 최무성, 그리고 안은진 셋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조를 생각하며 썼던 첫 장면이었다. 그런 이면이 잘 어울릴 사람을 찾다 보니 유해진이었다. 유해진이 캐스팅 미팅 당시 '왜 나냐?'라고 했을 때 말도 길게 안 했다. 이 인조는 유해진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제 답이었다."라며 확신에 찬 답을 했던 이유를 밝혔다.

안태진 감독은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는 결정적인 장면은 연출할 때 가장 염려가 많았던 장면이었다. 별 대사 없이 누가 범인인지 눈치채고, 그걸 또 누군가가 눈치채고, 구체적인 대사 없이 분위기와 눈빛만으로 상황을 전개시켜야 했다. 눈빛 스릴러라고 표현하는데 그걸 대사 없이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찍으면서도 계속 체크를 하고 최종 편집을 할 때도 연기와 음악이 잘 어우러지도록 고민했었다. 의도한 대로 전달은 잘 된 것 같더라. 감정과 정보가 잘 전달돼서 기뻤고, 저도 촬영하면서 '와 좋다!'라고 감탄했었다."라며 관객 모두 소름 돋는 명장면이라 꼽는 장면의 촬영 비하인드를 밝혔다.

안태진 감독은 '인조'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때의 키워드는 '불안'과 '의심'이라고 이야기하며 "왕은 항상 누군가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사생활이 없으면 얼마나 불안할까, 상상만 해도 불안하더라. 제가 만약 인조이고, 누가 늘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궁녀 하나의 행동도 신경이 쓰였을 것 같더라. 그래서 다들 내보내고 난 다음에도 누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체크하고 의심을 하는 왕이 될 거 같았다. 그런 상상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게 지금의 '인조'라며 자신의 상상력을 제대로 그려낸 유해진을 보며 "상상력이 이렇게 보일 때가 제일 재미있다"라며 연출의 즐거움이 어떤 건지를 알렸다.

광기와 의심으로 가득 찬 '인조'를 연기한 유해진도 대단했지만 그에 맞서는 주맹증을 앓는 맹인 침술사 '경수'를 연기한 류준열도 대단했다. 안태진 감독은 "주맹증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별 내용이 없더라. 그래서 주맹증 커뮤니티에 공지를 올려 인터뷰하고 싶다고 알리고 직접 앓고 계신 분을 만나 여쭤봤다. 그분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류준열도 처음에는 이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더니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대단히 얼굴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더라."라며 캐릭터 표현뿐 아니라 영화적 표현법까지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힌트를 얻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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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안태진 감독은 "찍으면서 정말 류준열에게 놀랬다. '혹시 이거 돼?' 그러면 '되지요'라고 그 자리에서 연기를 한다. 신나서 '그럼 이건 돼?'라고 하면 '되지요'라고 또 다른 것도 해낸다. 이 감정과 저걸 섞어서 다른 걸 표현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마다 다 해내는 바람에 신기해하며 행복해하며 촬영을 했다."라며 류준열에게 감탄했던 이유를 밝혔다.

안태진 감독은 "'경수'는 많은 걸 갖고 있지만 표현을 안 하는 인물이다. 그걸 표현할 배우가 필요했다. 티 내지 않고 대사도 안 하지만 그런 감정이 느껴지게 할 배우가 필요했고 그런 섬세한 역할을 류준열이 잘 할 거라 생각했다. 류준열의 작품은 다 봤는데 충분히 섬세하게 안으로 감정을 감는 역할을 잘 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라며 류준열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야기하며 "류준열과 정말 하도 많은 이야기를 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하루에 촬영이 끝난 뒤에도 3~4시간씩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며 작품을 위해 엄청나게 공부하고 분석하는 성격의 류준열임을 알렸다.

적극적이고 말도 많이 했던 류준열이었다면 유해진은 정 반대였다는 안태진 감독은 "촬영 전에 이미 인조에 대해 서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역사적 배경을 설명을 드려서 현장 가서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유해진은 자신이 준비해온 걸 다 보여준다. 그러면 저는 골라서 쓰기만 하면 됐다. 늘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 아주 다양한 톤으로 연기를 보여주셨고, 대사도 안 틀리시고 NG가 없었다."라며 유해진의 현장 스타일을 전했다.

안태진 감독은 "감초 같은 역할도 필요해서 박명훈을 캐스팅했다. 촬영하며 보니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더라.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눈으로 코믹과 슬픔을 표현해 줬다. 김성철은 유해진의 아들 소현세자로 캐스팅했는데 두 분 다 북방계로 생기셨다. 사극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평범한 대사 때의 톤이 되게 좋더라. 힘주는 대사는 당연히 잘하고 평범한 대사도 세자로서의 인품과 성징이 묻어나서 너무 좋아서 저 혼자 키득거리며 만족하며 모니터를 했다."라며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전했다.

"쫄깃한 스릴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라는 안태진 감독의 목표는 명 배우들의 연기와 미술, 촬영, 조명 스태프들의 노하우, 완벽한 개연성의 시나리오에 더해 관객들의 호평으로 충분히 이뤄진 것 같다.

사극과 스릴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팩션 영화로 관객들의 입소문 호평을 이끌어내며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및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올빼미'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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