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으로 깨는 유리천장…“여성 후배들의 역할 모델 될 것”
그림과 입담 바탕으로 강연 활동
미래 여성 과학자에게 ‘멘토’ 역할
올 과기정통부 여성과학기술인상
누구나 우주에 쉽게 접근하는 시대
발사체 재사용·우주수송에 관심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일하는 연구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7.8%에 그친다. 이공계의 여성 인력 부족이 낯선 문제는 아니다. 로켓·항공우주 분야에도 여성 과학자 수는 적다.
중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접한 태양계에 압도된 뒤 ‘로켓 만들기’가 꿈이 됐다는 임석희 항우연 책임연구원(49)은 1999년 항우연의 다섯 번째 여성연구원이다. 인하대 화학공학과 학부생은 물론 로켓 동아리 구성원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러시아 바우만모스크바국립공과대 로켓엔진학과 석사과정에서도 여성은 임 연구원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인 과학로켓 3호(KSR-III)를 비롯해 나로호(KSLV-I)와 누리호(KSLV-II)의 발사체 추진기관 설계 및 개발에 참여했다.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모교 후배들에게 공대 경험담을 전하며 강연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남초’인 영역에서 대학 졸업을 하고 유학을 떠나 항우연 연구원으로 입사한 경험을 나누며 미래 여성 과학자 양성을 위한 ‘멘토’가 됐다.
지난달 29일 항우연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영어와 어려운 수식을 걷어내고 그림과 저만의 입담으로 강의를 했는데 전달이 잘된 것 같다”며 “뉴스페이스(민간이 주도하는 우주개발사업) 시대를 맞아 민간이 우주로 진출하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나로호와 누리호 추진기관 개발과 발사 서비스 개척을 통해 미래 우주 인력 양성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2004년에는 항우연 우수연구원에 선정됐고, 2013년에는 나로호 개발 및 발사 성공 유공자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우주 관련 강연도 기획해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연구원 생활 초기에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일하는 여성 선배들이 거의 없다 보니 역할 모델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제 (여성 연구자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 저 자신이 우주개발을 하며 행복한 과학자로 끝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누리호 발사 이후 임 책임연구원은 뉴스페이스의 한 형태인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과 미래발사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연구다.
그는 “소형발사체는 발사 비용이 저렴하고 생산기간도 짧아 자주 발사할 수 있다”며 “우주 비즈니스의 장이 열리는 만큼 한국도 ‘종합 우주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50년 만에 달 탐사계획을 다시 발표한 데 대해서는 “우주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커피머신 업체가 우주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든 것처럼 이제 누구나 우주에 쉽게 접근하는 시대”라고 했다. 이어 “여러 기술과 제품을 저렴하게 더 자주 발사하는 ‘우주 수송 서비스’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사체 재사용’과 ‘궤도 간 우주수송’도 전 세계의 화두다. 그는 “발사체 재사용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며 “미국은 이미 도입했고, 우주 공간용 궤도를 오가는 수송선도 연이어 만들고 있다. 한국도 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는 임 책임연구원은 “스페이스테크엑스포(Space Tech Expo) 같은 행사를 한국에서 보고 싶다”며 “국내 우주기업들이 다 같이 모여 콘퍼런스도 하고 전시도 하며 기술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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