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인식, 빨리 뿌리내리자[친절한 식품 이야기]

기자 입력 2022. 12.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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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유통 과정에서 손실된 음식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막대하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버려지는 음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 지구촌에서는 1초당 무려 66t의 음식물이 폐기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리는 음식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날 것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식품 폐기에 따른 환경적·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은 지난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유통기한은 삭제되고 소비기한 표시가 적용된다.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시점을 말한다.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식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에서 운영된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폐기 시점으로 오인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건강상의 우려로 구매하지 않는 일이 많다. 이러한 오해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과 품질 유지기한으로 표기 방식을 관리하는 나라가 많다.

미국은 식품 표기로 유통기한(Expiration date), 포장 일자(Pack date), 소비기한(Use by date), 품질 유지기한(Best before Date 또는 Best if Used by), 판매기한(Sell by date) 등을 사용한다.

미국 농무부는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해 이 가운데 ‘품질 유지기한’ 사용을 권장한다. 식품을 가정에서 보관하는 방법을 자세히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온보관, 냉장보관, 냉동보관 등 온도에 따른 식품의 품질유지 기간과 주의 사항을 적도록 한다. 또 개봉된 제품과 개봉하지 않은 제품의 각 보관 기간에 대해서 명시한다. 식품을 폐기해야 할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자는 취지다.

일본은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을 사용한다. 소비기한은 용기에 포장된 미개봉 제품이 표시된 저장 방법대로 보관된 경우 부패 발생 위험이 없다고 인정하는 제도다. 주로 약 5일 내에 상하기 쉬운 식품에 표기하고, 해당 기간이 지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상미기한(Best-before)은 용기에 포장된 미개봉 제품이 표시된 저장 방법대로 보관되면 식품으로서 기대되는 모든 품질이 충분히 유지될 수 있는, 즉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정의한다. 표시일 이후에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락과 같이 안전이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시간까지 기재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품질 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사용한다. 식품의 냉동 일자를 표기해 동결된 날짜를 기재한다. 영국은 달걀과 가금류에 한해서는 명시된 날짜 표기법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체로 미생물학적 관점으로 부패하기 쉬운 식품은 소비기한, 식품의 품질과 관련된 최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품질 유지기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식품 폐기물량의 증가를 우려하며 유통기한 표시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소비자가 올바른 날짜 표시 기준을 인식하고, 식품 폐기물 처리에 유통기한만을 따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한국도 소비기한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유통기한은 관련 식품 법규와 정부 또는 전문 조직에서 제공하는 지침 또는 허용되는 업계 관행에 의해 제품의 품질보다 짧게 설정됐다. 유통기한의 끝은 바로 식품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소비기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를 하고, 유통과정에서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용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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