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서 히잡 안 쓴 이란 클라이밍 선수, 가족 집 철거당했다
10월 한국 방문 후 가택연금
“당국, 후추 뿌리고 집 부숴”
한국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임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33) 가족의 주택이 철거됐다.
BBC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북서부 잔잔주에 있는 레카비 가족의 주택을 철거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인 ‘이란 와이어’가 공개한 영상에는 메달이 널브러져 있는 폐허 가운데 엘나즈의 오빠인 다부드 레카비(35)가 울부짖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다부드 역시 국내·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10개 넘게 따낸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남성은 “이게 이 나라에서 살아온 결과다. 메달을 몇 개씩 국가에 안긴 챔피언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그들은 다부드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을 부수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반정부 활동가들은 이를 두고 당국이 국제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엘나즈에 보복하기 위해 저지른 행위라며 비난했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던 엘나즈는 귀국한 후 이란올림픽위원회 건물에 구금됐다가 현재 가택 연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주택 철거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는 레카비 가족이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주택 철거는 엘나즈가 한국에서 열린 문제의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나즈는 지난 10월 서울 한강공원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당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이란을 휩쓸던 터라, 엘나즈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엘나즈는 귀국한 후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급히 경기에 나가느라 바빠서 히잡을 깜빡했다”면서 히잡 미착용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며 사과했다. 이후 BBC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엘나즈가 사과하지 않으면 가족 재산을 빼앗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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