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에 의료폐기물이라니” 포항 청하 주민들 반발[현장에서]

백승목 기자 2022. 12. 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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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48톤 규모 소각 계획
사업자 “환경부에서 승인”
면민 88% 반대 서명 제출
동해안 7번 국도에서 청하면 소재지로 통하는 진입로변에 지난 1일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백승목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이 민간 사업체가 추진 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업체 측은 환경부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추진 중이지만, 청하 주민들은 대기와 수질 오염을 우려하며 사업 철회와 포항시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청하면내 유일한 전통시장인 청하시장에서는 장날(5일장)을 맞아 소상공인들이 의류·신발·채소 등 여러 상품을 내놓고 손님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백해무익한 의료폐기물 소각장 결사반대’라고 커다랗게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장에서 만난 박모씨(61)는 “청하 지명이 한자로 ‘맑을 청’에 ‘물 하’를 쓰는 청정지역이 아니냐”며 “이런 곳에 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 들어와야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소각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이 늘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4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인 A사는 2018년 청하농공단지 인근 7000여㎡ 부지를 매입한 뒤 지난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어 이 업체는 격리의료폐기물 및 조직물류폐기물 등 하루 처리용량 48t 규모의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건립할 계획으로 포항시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을 요청했다.

포항시는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4일까지 도시계획 결정 공고를 하는 등 소각시설 설치에 관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청하 주민들은 전체 4700여명 중 4160명의 서명을 받아 포항시에 제출했다. 주민 88%가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에 반대한 셈이다.

청하가 내연산 수목원과 월포해수욕장 등으로 이름난 관광지이자 청정지역인 데다, 주민 대부분이 산딸기·과수·채소·벼농사와 어업·해양관광업에 종사하는 만큼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는 부당하다는 게 다수 주민들의 입장이다.

이태경 반대대책위원장(62)은 “소각시설과 면 소재지가 불과 1㎞ 남짓한 거리여서 폐기물 소각에 따른 대기질 저하는 물론 오염수가 인근 하천을 타고 바다로 유입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면 소재지에 있는 청하중학교는 주변 환경이 깨끗해 전교생 130명 중 90명이 포항시내에서 통학할 정도”라면서 “소각시설 설치 시 학생 수는 물론 귀농·귀촌 인구 유입도 줄어들어 결국 지역 발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포항시농민회와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정침귀 포항환경련 대표는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수도권 등에서 반입하는 폐기물이 아니라면 이미 경북지역에 현재 운영 중인 3곳의 의료폐기물 처리시설로도 충분하다”며 “청하 주민들의 반대운동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닌 생존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청하 주민들은 1992년 격렬한 시위와 집회로 중·저준위 핵폐기장 설치를 막은 적이 있다.

포항시는 현재 도시계획 관련 부서 및 사업 대상지역 의견을 수렴 중이고, 향후 의회 의견까지 받은 뒤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소각시설 설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설물 설치에 대한 주민수용성도 중요한 고려요소인 만큼 신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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