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42번가’ 송일국 “무대 두 발로 딛고 서는 의미 10년 만에 깨달았죠”

이강은 2022. 12. 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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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불황기 美 브로드웨이 배경
무명 뮤지컬 배우 ‘페기 소여’의 성장기
스타된 주인공에 격려 건네는 장면서
과거 신인시절 내 모습 떠올라 울컥
세 번째 출연… 죽기살기로 연습 매진
신인 돌아간 듯… 무대설 때 가장 행복
“정말 대단해, 페기 소여. 넌 이제 스타의 길로 들어섰어. ‘브로드웨이 42번가’라고 하는 저 찬란하지만 험난한 계곡을 페기가 밝게 빛내줘. 하지만 누구에게도 너의 온 마음을 다 주지는 마. 난 너의 여린 마음이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스타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송일국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샘컴퍼니 제공
지난달 5일 개막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브로드웨이 스타 연출가인 줄리안 마쉬가 코러스걸에서 일약 스타가 된 페기 소여에게 건네는 격려의 말이다. 마쉬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51)은 이 대목을 연습할 때 펑펑 울었다. 2016년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하고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송일국은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은 1930년대 브로드웨이지만 사실 우리 배우들 이야기”라며 “연출이 이 장면에서 신인일 때 나를 앞에 두고 얘기하는 느낌으로 해보라고 했다. 25년 전 나(신인 송일국)를 떠올리며 대사를 하니 울컥하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당초 미대를 지망했다가 배우로 진로를 튼 뒤 상처도 받고 시련을 겪으며 5년 가까이 무명 시절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8년 전 처음 이 작품을 할 때는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고 실력도 형편 없어서, 2년 전 두 번째 무대엔 눈 수술로 한 달간이나 연습을 못해서 이런 감정은 느낄 새도 없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번엔 칼을 갈고 나왔다. 죽기 살기로 준비했다”며 “배우로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불황기 미국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뮤지컬 앙상블 배우 페기 소여가 주연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군무와 탭댄스가 화려해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정석’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1996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첫선을 보였고 이번이 18번째 시즌이다.
1930년대 불황기 미국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뮤지컬 앙상블 배우 페기 소여가 주연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한 장면. 샘컴퍼니 제공
송일국은 “뮤지컬은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인데 하고 보니 너무 매력 있고 재밌다”며 “보컬 트레이닝에다 공연장 분장실과 집 샤워실 등에서 틈 날 때마다 연습하면서 노래 실력도 전보다 상당히 좋아졌고, 이번엔 배역에 맞춰 체중도 줄였다”고 말했다.

드라마 ‘주몽’을 통해 최고 스타가 되고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세쌍둥이 아들과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던 그가 오디션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뮤지컬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송일국은 ‘데뷔 25년 차 배우이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로서 오디션을 보는 게 부담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박정자(80) 선생님도 오디션을 보신다고 하는데 제가 뭐라고…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42번가’ 한 작품밖에 안 해본 신인이라, 세 번째 출연이지만 정말 신인의 자세로 합니다. 처음 리딩할 때 ‘나의 목표는 신인상’이라고 농담할 만큼요.(웃음)”

그는 여러 차례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사실도 털어 놓으며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자신을 ‘더디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배우’라고 소개한 송일국은 “꾸준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서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이 된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도 들릴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른 뮤지컬 작품에도 주연(급)으로 캐스팅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일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TV와 영화에 자주 출연했지만 연극과 뮤지컬 같은 극장 무대가 본인에게 더 맞는다고 했다. 연극은 2010년 ‘나는 너다’로 데뷔했다. “예전에 박정자 선배님이 ‘무대에서 배우가 두 발로 디디고 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를 이제야 알았어요. 전에는 무대에 서면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가만히 서 있어도, 아무런 동작을 안 해도 편합니다. 이걸 (공연 경력) 10년 만에 알다니 참 더딘 배우죠. 그래도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수없이 많이 본 저희 배우들도 여전히 신나고 늘 새로운 작품”이라며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연말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1월15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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