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방탄’에 민생 놓쳐 리더십 흔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2022. 12. 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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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투쟁여당

‘방탄 프레임’에 제대로 반격 못해
사법 리스크 총력 대응에도 측근 줄구속
팬덤층 요구 따르는 전략에 ‘역풍’ 우려
민생 행보

노동계 숙원 ‘노란봉투법’ 한 발 뒤로
여성 의제도 일관성·진정성 부족 평가
“민생 전략으로 전면 전환을” 조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이 대표는 민생 행보와 대여투쟁을 병행했지만,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당이 총력 대응하면서 여당의 ‘방탄 프레임’에 효과적으로 반격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민생 의제에서도 일관성과 진정성이 모자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노동·여성 의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의 호감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은 호감도 32%, 비호감도 59%, 국민의힘은 호감도 28%, 비호감도 64%였다. 지난 4월 대비 정당 비호감도는 국민의힘이 52%에서 12%포인트 올랐지만, 민주당은 59%로 변동이 없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했지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당과 분리하지 못했다. 지난 9월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하자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달 21일엔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상황을 “검찰독재”로 규정했다. 당 대변인과 정치탄압대책위가 측근들을 일제히 변호했다.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제 도입법’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9월7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169명 의원 전원 명의 당론으로 발의했다.

10월25일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방탄 프레임’을 휘두르고 있다. 민주당이 9월29일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하자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11일 돌입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를 위한 서명운동조차 ‘방탄용’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강 대 강 대치를 강화하는 배경은 의사결정이 강경파 당원들에게 끌려가는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장외투쟁을 요구하거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라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이 대표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비이재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달 29일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 팬덤 정치도 극에 달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참사를 정쟁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대표는 민생 문제에서도 일관성과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사회적 합의”를 거론하며 물러섰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차별금지법엔 공개 발언을 삼갔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유예 불가 입장이었지만, 최근엔 도입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리더십을 확보하고 여론 지지를 얻기 위한 민생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정치가 무엇인지 완전히 상실했다”며 “사법 리스크 반박은 윤석열 정부 프레임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검찰과 맞서는 게 아니라) 수사 피해자가 돼야 여론도 동정한다”며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중간선거에서 연임된 영 김, 미셸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앤디 김 등 한국계 하원의원 4명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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