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꺾이지 않는 마음’이 전한 감동
기적이 만들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역대 세 번째이자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낸 것이다. 손흥민·황희찬·김민재 등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 가나전에서 퇴장당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재 등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감동은 더욱 크다. 경기 후 조규성·권경원이 들고 사진을 찍은 태극기에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대표팀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간절하고 단단했으며, 그래서 아름다웠다.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포르투갈전에서 비기거나 질 경우 탈락하는 한국이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을 때만 해도 16강 목표는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코너킥을 김영권이 밀어넣으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와골절로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전 추가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아 상대 진영으로 전력질주했다. 뒤따라 달려온 황희찬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역전골로 연결했다. 한국은 가나를 2-0으로 누른 우루과이와 나란히 1승1무1패가 됐지만 다득점에서 앞섰다. 행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 대표팀은 포르투갈전에 앞서 1무(우루과이)·1패(가나)를 기록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임을 입증한 바 있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가나전 분패 후엔 일부 누리꾼이 선수들의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다는 등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서로를 격려하며 하나로 뭉쳤고, 결국 다시 일어섰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주장 손흥민은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미국 NBC스포츠는 “한국팀은 지쳤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조별리그 막바지에 승리를 거둘 자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대표팀은 6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툰다. 객관적 전력은 열세임에 분명하나, 공은 둥글다. 대표팀은 이미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국민에게 안겨줬다. 부담감은 내려놓고, 4년간 쌓아온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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