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LO 개입까지 부른 윤석열 정부의 화물연대 강경 대응
화물연대 총파업 11일째인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가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관계장관들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고 신속 엄정하게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기존 시멘트 업종을 넘어 정유·철강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도 예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노동 기본권 침해 의혹에 대해 ‘긴급 개입’에 나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드라이브를 이어간 것이다. 정부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까지 무시하는 초법적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어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떤 경우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다. 이후 정부 합동브리핑에서는 운송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운전자는 물론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방조·교사한 사람까지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화물연대 요구는 도로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화물차 운전자뿐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운전자·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폐지’ 카드까지 흔들며 잇단 강경책으로 압박하고 있다. 집권 여당도 정치셈법만 그득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재 의사와 관련해 “그런(중재) 노력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류 차질로 국가 경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중재 노력은 않겠다니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강경보수층을 결집해 국정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은 ILO가 ‘긴급 개입’에 나선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ILO는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관련, 최근 사무총장 명의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 “즉시 개입(intervene)했고, ILO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ILO 기본협약 비준국으로, 지난 4월부터 해당 협약들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ILO는 10여년에 걸쳐 ‘결사의 자유’ 등 화물연대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한국 정부에 해왔다. 이번 서한은 협약을 지키라는 사실상의 외교적 압력이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서한을 “단순한 의견조회”로 깎아내렸다. 국제사회 비판에도 귀를 닫겠다는 것이다.
ILO 협약 위반 국가는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상 무역분쟁과 제재조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화물연대를 때려잡겠다는 ‘반노동’ 정부가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반기업’ 악재를 쌓는 형국이다. 정부는 강경 대응을 멈추고, 화물연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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