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대부업체 `대출 셧다운`… 서민들 돈 못 빌려 발동동

강길홍 2022. 12.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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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A씨는 300만원이 급히 필요해 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축소는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오면서 본격화됐다.

한 국내 유명 대부업체는 대출 상담을 하던 직원 대부분을 채권추심 업무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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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기에 연 20% 이자제한
조달금리 급상승으로 손해날 판
"법정최고금리 탄력적 운영해야"
서울 시내 거리의 대출 전단. 연합뉴스

20대 직장인 A씨는 300만원이 급히 필요해 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기존 대출 1500만원이 발목을 잡았다. 막막한 마음에 대부중개 플랫폼에도 글을 올려봤지만 휴대전화 소액대출 권유만 잔뜩 받았다.

A씨뿐만 아니다. 유명 대부플랫폼의 실시간 대출문의 게시판에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조달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대부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돈 빌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이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축소는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오면서 본격화됐다. 올들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을 중단하는 대부업체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 국내 유명 대부업체는 대출 상담을 하던 직원 대부분을 채권추심 업무로 돌렸다. 이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출 문의가 오더라도 담보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최근 개인 부실 위기가 높아지면서 대출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부업체 뿐만 아니라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카드사들도 법정 최고금리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조달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저축은행과 카드사들도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의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이용을 많이 하는 카드론 취급액부터 적극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법정금리 수준에서는 신용 7~8등급도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최고 금리가 제한돼 있는 만큼 앞으로 대출이 가능한 신용등급 또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돈 빌릴 곳을 찾지 못하는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훌쩍 넘긴 폭리를 챙긴 불법 대부업체들의 검거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수원지검은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 538명을 상대로 연이율 1091∼5214%에 달하는 폭리를 취해 1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법 대부업체 일당 8명을 기소했다.

휴대전화 소액대출 등을 이용하다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오죽하면 정부는 경제난에 빠진 취약층에 100만~2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빌려주는 방안까지 내놨다.

개점휴업에 들어간 대부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를 호소하며 법정 최고금리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적정 수준으로 유연하게 운용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일률적인 법정 최고금리의 부작용을 고려해 이자율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하되, 폭리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최고금리 통제 자체가 경제학 원리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방식 등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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