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기후위기로 활동·학습 제약”…건강관리 정책 촉구도

신심범 기자 2022. 12. 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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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아동권리 위기 <3> 100인의 아이들 원탁회의

- 당사자 직접 투표…토론의 시간

- 63%가 “미래 재난 심화” 전망
- 그로 인해 침해받을 권리 묻자
- 21.6% “활동 제약” 꼽아 최다
- 20% “비대면수업 전환” 뒤이어

- 아동권리를 위한 정책 물음엔
- 18.8% “검진·치료 등 제도화를”
- 15.4%는 “놀 권리 보장해달라”
- 관련 교육과정 확대 등 요구도

- 그들 목소리 부산시에 전달키로

기후위기의 최대 당사자는 미래를 살아갈 아동·청소년이다. 기후위기에 관해 이들의 생각과 말이 갖는 무게는 그 누구보다 무겁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담아 교과과정이나 행정 정책으로 연계하는 노력은 지금껏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100여 명의 아동이 직접 기후위기를 말하고 필요 정책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동의 목소리는 부산시나 부산시교육청 등 아동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기관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구 아르피나에서 지난달 26일 ‘기후위기는 아동권리의 위기’ 토론회가 열려 아동·청소년, 보호자들이 ‘아동 환경권 보장을 위한 100인의 원탁토론’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기후위기가 가로막은 아동권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는 지난달 26일 부산 해운대구 아르피나에서 ‘아동 환경권 보장을 위한 100인의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아동·청소년 110명과 성인 2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아동이 체감하는 기후위기 문제는 무엇인지 ▷기후위기로 인한 아동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를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댔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자유롭게 주제 토론을 벌인 뒤 최종 견해를 투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본격 투표·토론에 센터는 앞으로 닥쳐올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참석자의 주관적 인식을 물었다. 미래는 기후위기가 나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투표하게 했다. 그 결과 투표자(112명)의 63%(70명)는 ‘기후위기가 (매우)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참석자는 21.4%(24명)에 그쳤다. 아동·청소년은 대부분은 기후위기를 ‘예고된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아동·청소년은 기후위기가 침해하는 아동 권리로 ‘활동 제약’(21.6%)을 첫손에 꼽았다. 기후위기 탓에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져 하루 활동 관리가 어렵고, 개학식·종업식이나 수학여행 같은 주요 일정도 빈번하게 취소돼 불안정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거다. 이 같은 활동 제약 경험은 아동에게 당혹감을 일으킨다.

참석자들은 ‘학습 환경의 급속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어려움’(20%) 또한 주요 침해 권리로 인식했다. 해마다 심해지는 이상기후로 태풍이나 폭우, 한파의 빈도와 강도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학생들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수업을 듣는 날이 잦아졌다.

그런데 오프라인 학습과 온라인 학습은 수업에 임하는 자세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교과서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갑작스러운 온라인 학습 등은 학습 환경 적응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또래들과 교우 관계를 맺어야 할 시기에 디지털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친분을 다져야 해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미흡함이 생긴다. 수성초 5학년 학생은 “개학일에 하필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학교에서 개학식을 했는데, 온라인으로도 개학식을 해주지 않아 혼자 집에 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정신(16.8%)·신체적(17.6%)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참석자도 많았다.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활동제약은 신체 활동을 방해하고, 이는 체력과 면역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또 자신 또는 이웃이 기후 재난에 의해 큰 피해를 당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아동·청소년에게 부정적 각인이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범일초 3학년 학생은 “우리집에 예쁘게 생긴 나무가 태풍 때문에 부러지고 뽑혔다. 많이 속상했다”고 전했다.

■건강하게 놀고 공부할 권리

그렇다면 아동·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높은 호응을 얻은 건 ‘아동 건강 변화 점검’(18.8%)이었다. 참석자들 다수는 기후위기가 일정기간 지속되면 부산시 차원에서 아동의 건강 관리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호흡기 질환·면역력 저하·영양 결핍 등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기후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나 트라우마, 불안감 등 정신건강 문제 등 기후위기가 불러온 영향 전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아동 건강 문제의 무상 치료 제공 ▷건강 검진 영역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 포함 ▷기후재난시 아동 긴급 구호물자 시스템 구축 등이 언급됐다.

‘놀 권리’ 보장에 대한 주문(15.4%) 역시 빠지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온라인 게임 외에는 또래들과 함께 즐길 놀이가 부족해지고, 몸을 써서 놀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도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집 근처에 체육관과 운동시설을 확충해 놀이를 위한 여건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기후재난이 닥친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학습을 보장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한 아동 행사와 축제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위기 등 환경 전반에 관한 교육 과정을 늘리자(14.5%)고 제안하는 아동·청소년 또한 적지 않았다. 특히 참여자들은 교과서 위주가 아닌 기후 수업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사나 뉴스를 보고 내용을 분석해 실천 방안을 찾거나, 놀이와 연계된 환경 정화 실천 수업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마다 환경교육 전담 교사를 늘리거나 환경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건강권과 놀이권, 학습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서도 “투표 결과를 보면 모든 항목이 고르게 표를 얻었다. 기후위기가 저해하는 아동권리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동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 내 제안한 것들을 담아 부산시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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