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비스타 '논 도사토' 마주한 순간 모네의 걸작 '수련'이 떠올랐다
비스타워커힐 에노테카서만 판매하는 아주 특별한 와인
[파이낸셜뉴스] 문득 끌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이 있는 연못(Water Lilly Pond)'이 떠올랐습니다.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 명가 벨라비스타(Bellavista)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Grande Cuvee Alma Non Dosato)'를 마주한 순간 그 청순한 담백함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왜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대표작품 수련이 떠올랐을까요. 수련은 모네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12년 동안 자신의 정원의 모습을 그린 연작입니다. 모네는 이 기간동안 무려 250여점의 수련을 그렸습니다. 이 중 40여점은 작품의 가로 크기가 12미터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사이즈의 패널 작품입니다.
지난달 에노테카가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의 명가 벨라비스타 시리즈와 페트라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프란치아코르타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에서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방에서 탱크 방식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프로세코(Proseco)와는 품질이 정말 하늘과 땅처럼 차이납니다. 품종도 고급 품종인 샤르도네(Chadonnay), 피노 네로(Pinot Nero), 피노 비앙코(Pinot Bianco)로만 만들어집니다.
벨라비스타는 1977년 롬바르디아 프란치아코르타에서 비토리오 모레티가 설립한 신생 와이너리로 순식간에 이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 반열에 오른 명가입니다. 벨라비스타가 단기간에 명가로 성장한 것은 오너의 공격적 경영도 있지만 무엇보다 1981년 와인메이커로 합류한 마티아 베졸라(Mattia Vezzola)의 역할이 컸습니다.
벨라비스타는 2020년부터 비토리오 모레티의 딸 프란체스카에 의해 두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가 은퇴한 마티아 베졸라를 대신해 영입한 리샤 지오프로이(Richard Geoffroy)입니다. 리샤는 돔 페리뇽(Dom Perignon)에서 28년간 와인메이커로 활동하며 '버블의 전설'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논 도사토 와인, 담백한 청순함 묘한 매력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는 연녹색이 감도는 볏짚색이 인상적인 스파클링입니다. 샤르도네 90%, 피노 네로 10%로 만들어집니다. 논 도사토는 도사주(Dosage) 과정에서 가당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와인으로 가장 드라이 한 스파클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은 2차 발효 과정에서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아 제거하고 와인을 채워넣는데 이 과정을 도사주라 부릅니다. 어떤 와인을 넣는가에 따라 와인 전체 당도가 결정됩니다.
절대로 과숙되지 않은 과즙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신선한 향이 특징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그냥 담백한 아로마가 정말 일품입니다. 산도도 아주 좋습니다. 찌를듯이 날카롭지 않은 둥글려진 산도인데 상당히 절제됐으면서도 동동 뜨는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른 봄날 막 피어오른 어린 잎사귀가 비를 맞아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덧칠하지 않은 연한 수채화의 느낌도 듭니다. 이스트 향이 잔잔하게 남는 여운도 좋습니다. 비스타워커힐 에노테카 와인숍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벨라비스타 떼아트로 알라 스칼라 브뤼(Bellavista Teatro Alla Scala Brut)는 240년 전통의 세계 3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La Scala)에서 늘 건배주로 사용하는 프란치아코르타입니다. 전용 박스에도 라 스칼라 극장의 그림이 프린트 돼 있습니다. 떼아트로 알라 스칼라 브뤼는 샤르도네 76%, 피노 네로 24%를 섞어 만들며 병숙성을 5년 이상 진행한 후에 출시됩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옅은 볏짚색을 띠며 기포가 굉장히 힘차게 올라옵니다. 잔을 가까이 하면 독특한 허브가 가미된 이스트 향이 제일 먼저 느껴지는데 아주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기분 좋은 산도가 이스트 향과 함께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나 잘 익은 배 향이 무게중심을 잡아줍니다. 이어 잘 구워진 빵같은 이스트 향이 다시 휘몰아치는데 약간 스모키 한 느낌도 있습니다.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브뤼(Bellavista Grande Cuvee Alma Brut)는 벨라비스타의 가장 기본급 프란치아코르타로 벨라비스타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샤르도네 79%, 피노 네로 20%, 피노 비앙코 1%가 블렌딩 됩니다. 샴페인과 다르게 중상 정도의 산도에 청사과와 열대과일 향이 같이 어우러진 프란치아코르타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냅니다.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를 순차적으로 다 마셔보니 모네의 수련이 떠오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모네는 최대의 걸작 수련 뿐만 아니라 '루엥 대성당(Rouen Cathedral)', '건초더미(Haystacks)'등 연작을 그린 집념의 화가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빛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내는 정말 독특한 작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수퍼투스칸 페트라, 토스카나 색깔 고스란히 담겨
이날 행사에서는 이탈리아 수퍼투스칸을 생산하는 페트라(Petra) 와인도 선보였습니다. 페트라는 벨라비스타 오너 프란체스카 모레티가 199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마렘마(Maremma)에서 세운 수퍼투스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퀘르체고베 2018(Quercegobbe 2018)', '포텐티 2019(Potenti 2019)', '페트라 2017(Petra 2017)'이 나왔습니다.
퀘르체고베는 메를로(Merlot) 100%로 만드는 와인으로 잔에 따라보면 약간 불투명한 루비빛을 띱니다. 메를로임에도 푹익지 않은 산도가 동반된 향이 좋습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느낌의 향도 올라옵니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은 미디엄 정도로 산도도 중상 이상으로 좋습니다. 아로마는 레드 기반의 과실향입니다. 타닌도 아주 얇아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포텐티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로 만드는 와인으로 전형적인 루비빛 와인입니다. 보르도 특유의 매콤한 향이 없고 오히려 산지오베제의 감칠맛 나는 향이 들어옵니다. 트러플 향도 들어있습니다. 질감은 미디엄 플러스 정도지만 아로마는 상당히 검은 과실향이 지배적입니다. 산도도 아주 높으며 타닌과 함께 묻어오는 커피, 정향 등 향신료, 오크 느낌도 굉장히 좋습니다.
페트라는 페트라의 아이콘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28%, 까베르네 프랑 12%의 보르도 블렌딩으로 만들어집니다. 보르도 특유의 루비빛 와인으로 잔을 가까이 하면 검은 과실 아로마를 주축으로 시원한 삼나무 향, 약간의 트러플 향 등이 스쳐갑니다. 입에 들어오면 산도가 아주 높은데 실키하고 스모키한 타닌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아로마는 검은 과실향이지만 굉장히 출렁대는 마치 나파밸리 까쇼 와인같은 느낌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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