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악명높은 ‘도덕 경찰’ 폐지… 히잡 시위에 물러섰나

지난 2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밀라드 타워에서 시민들이 다 함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이란 대 미국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히잡 시위’로 위기를 맞은 이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계기 중 하나인 ‘도덕 경찰’ 제도를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란 현지 매체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ISNA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법무장관은 이날 종교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도덕 경찰이 왜 폐지되고 있느냐”고 묻자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폐지됐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최근 히잡 시위로 곤경에 빠지자 엄격한 히잡 의무화에 일부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이란의 공화주의와 이슬람주의 기반이 헌법적으로 확립되어 있지만 유연하게 헌법을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몬타제리 법무장관은 같은날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회와 사법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가슈트-에르샤드’ 혹은 ‘지도순찰대’로 알려진 도덕 경찰은 히잡 복장을 비롯한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됐으며,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겸양과 히잡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다. 하지만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해 길에서 여성을 구타하거나 납치하듯 연행하는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악명이 높았다.

도덕 경찰의 활동은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층 극렬해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이슬람의 적들이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목표로 삼아 부패를 퍼뜨리고 있다”며 히잡 의무화를 시행하기 위해 모든 국가 기관의 동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과도한 율법 적용은 결국 쿠르드 출신의 22세 여성 마흐샤 아미니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가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자 이란 내에선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란 정부의 강경한 진압에도 아직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